사진·글 = 박윤슬 기자
달의 이마를 스치듯 비행기의 궤적이 지나간다. 사실 서로 아무 상관도 없는 거리에서 부유하지만 사진 속에서는 마치 한 점에서 만난 듯하다. 비행기가 달에 착륙이라도 할 것처럼 잠시 설레며 헛된 기대를 해보지만 둘은 그저 잠시 스쳤다가 각자의 궤도를 따라 지나간다. 우연이라 하기엔 정교하고, 운명이라 부르기엔 덧없는 찰나다. 인간이 만든 작은 기계가 거대한 우주의 바위를 배경으로 잠시 겹친 이 장면은 지구의 자전과 달의 공전, 비행로가 맞물린 한순간의 행운이다.
문득 삶의 수많은 스침이 떠오른다. 어느 공원에서, 지하철 손잡이 밑에서, 분주한 공항에서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인연들. 대부분은 금세 사라지지만 아주 가끔은 이 장면처럼 선명한 한 컷을 남긴다. 이미 지나간 비행운이 하늘에 가는 선을 남기듯, 우리의 말과 선택도 누군가의 하늘 위에 조용히 흔적을 그린다. 비록 착륙할 목적지는 아니더라도, 오늘의 내가 누군가의 달 위를 이렇게 가로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 촬영노트
‘가끔은 하늘을 올려다보라’는 말은 진부하지만, 어쩌면 이런 찰나의 행운을 얻는 가장 쉬운 방법일지도 모른다.
박윤슬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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