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재백서

불렌트 아탈라이 지음 | 이원경 옮김 | 상상스퀘어

 

청력 상실 딛고 음악 남긴 베토벤

미적분·만유인력 정립했던 뉴턴

상대성 이론 주장 아인슈타인 등

시대 막론 인류가 인정한 천재들

 

단순히 똑똑하다고 되는 것 아냐

시대상황 등 외부요인 복합 작용

상상스퀘어 제공
상상스퀘어 제공

미술사에서 가장 위대한 천재가 어째서 미켈란젤로가 아니라 레오나르도이고, 바흐나 모차르트가 아니라 베토벤일까? 다윈이나 파스퇴르 대신 뉴턴과 아인슈타인이 과학사에서 더 중요한 천재로 꼽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천재라는 단어는 모호하고, 주관적이며, 논쟁적이다. 누군가에게 ‘천재소년(소녀)’이라는 별칭만 붙어도 논란이 뒤따르는 경우가 많고, 어렵게 천재로 불려도 역사 속에 남지 못한 채 금세 잊히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이 가운데서도 시대를 막론하고 인류 공통에 의해 천재로 인정된 인물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천재란 어떤 사람이며, 무엇이 그들을 불세출의 천재로 만들었을까에 대한 질문이 자연스레 제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먼저 천재를 정의해보자. 저자에 따르면 “천재는 지적 총명함과 폭넓은 창조성, 불멸의 유산을 곱한 사실상 수학적 결과물”이다. 천재는 단순히 높은 지적 능력을 갖춘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집중력·호기심·창조성 같은 내적 요소와 그의 유산에 의미를 부여할 시대정신·문화적 요인 같은 외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다. 저자는 천재라고 하더라도 같은 반열에 놓을 수는 없다고 말한다. 특별한 성취를 이룬 ‘보통의 천재’, 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마법사’에 가까운 천재, 다른 천재들을 아득히 뛰어넘는 가장 높은 경지의 ‘혁명적 천재’가 있다는 것이다.

혁명적 천재란 자신의 분야를 새롭게 정의하거나 인류에 전에 없던 사유의 세계를 연 이들을 가리킨다. 화가이자 이론 물리학자인 저자는 특히 예술과 과학 분야의 혁명적 천재 다섯 명에 주목한다.

먼저 베토벤의 경우 학대에 가까운 수준으로 아들을 엄하게 훈육했던 음악가 아버지 밑에서 자랐고, 후에 음악가로서 치명적인 청력 상실까지 겪었다. 그러나 오히려 이를 극복하고 재탄생하는 카타르시스의 과정을 거쳐, 독창적이고 혁명적인 음악을 탄생시켰다. ‘교향곡 제9번’ 등의 불멸의 음악을 완성한 것도 이때다. 그는 주제를 기반에 두고 다양한 변주와 실험을 시도하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곡에 긴장과 해소를 불어넣었는데, 그의 구성주의적 방식은 오늘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를 천재로 만드는 데 기여한 또 다른 요소는, 시대마다 새로운 감동을 주는 ‘열린 결말’이 작품에서 발견된다는 점이다. 이는 셰익스피어와 레오나르도의 사례에서도 관찰된다. 셰익스피어는 작품에서 특유의 의도적 빈틈과 불일치, 모호성을 보여줬고, 그 결과 ‘햄릿’ 등은 세기를 넘어 현대인의 정신분석에도 유효한 작품으로 남았다. 레오나르도가 남긴 신비로운 그림 ‘모나리자’ 역시 여전히 특유의 모호성으로 다양한 해석을 이끌어내고 있다.

천재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사고실험을 즐겼다는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하나의 주제를 가능한 모든 음악적 방식으로 탐구했던 베토벤처럼 극 속 장치를 다양한 방식으로 배치하려 했다. 암살 사건을 ‘햄릿’에서는 초반부에, ‘율리우스 카이사르’에서는 정중앙에, ‘리처드 2세’에서는 종반부에 배치하는 식이었다. 레오나르도 역시 원근법, 안료 사용법 등을 연구하면서 이를 여러 방법으로 작품에서 구현하려 했다.

과학 분야로 눈을 돌려보자. 과학계 천재들은 정합성과 엄격함을 추구하는 과학 분야의 특성상 예술 분야 천재들과는 결을 달리했지만, 인류가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뒤엎었다는 점에서는 같았다. 특히 강한 호기심과 성장의 열정은 뉴턴과 아인슈타인, 두 천재들에게 공통적으로 발견되며 이들 모두 깊은 사고실험을 통해 이론을 정립시켜 갔다. 인류 과학사를 살펴보면 ‘아누스 미라빌리스’(기적의 해)라는 표현이 거론된 사례는 단 두 번에 불과한데, 모두 이들과 관련이 돼 있다. 뉴턴이 미적분, 광학, 만유인력의 아이디어를 정립한 1666년과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선보인 1915년이다.

뉴턴이 보인 천재성의 증거, 역사상 가장 독보적인 과학서로 평가받는 ‘프린키피아’는 우연히 탄생하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기록을 즐겨 했던 뉴턴은 자신의 대학 공책에 ‘어떤 철학적 문제들’이라는 제목으로 물질의 성질, 장소, 시간, 운동, 우주의 질서 등 45개 화두에 대해 써 내려가면서 이를 정의하고 연결점을 찾아냈다. 이를 통해 자연법칙은 보편적이며, 이 법칙들이 수학적 원리를 따른다는 것을 설명해냈다. ‘프린키피아’를 통해 소개된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 등은 인류 과학의 새 장을 열었다.

그런가 하면 자연의 모든 힘을 통합하려는 아인슈타인의 끝없는 노력도 과학사에 전례 없는 성취로 이어졌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시간과 공간, 물질과 에너지에 대한 오랜 관념을 혁명적으로 전환시켰다. 이는 검증과 재검증을 거쳐 수천 편의 논문으로 확장됐고 수많은 노벨상을 낳았다.

저자가 기록한 혁명적 천재들의 사고방식, 삶의 경로, 빛나는 성취가 단순히 역사서로 읽혀서는 안 될 것이다. 저자는 이들의 본질과 공통된 특성을 깊이 들여다보면서 그 천재성의 비밀을 우리 삶에도 적용해볼 수 있음을 보여준다. 672쪽, 2만8000원.

인지현 기자
인지현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