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루의 세 가지 빛깔

제임스 캐플런 지음|김재성 옮김|에포크

재즈란 무엇인가. 즉흥 연주와 치밀한 구성의 절묘한 조화. 즉흥적인 동시에 높은 완성도를 보여야 하는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를 가진 이 장르는 명확히 정의하기 어렵지만 듣는 순간 단번에 감각된다. 우리가 오랜 기간 이 음악을 사랑해왔다는 사실을. 그중에서도 마일스 데이비스, 존 콜트레인, 빌 에번스. 재즈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호명되는 전설들이다. 그리고 1959년, 이들이 함께 만든 ‘카인드 오브 블루(Kind of Blue)’는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재즈 음반이자, 재즈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는다. 이 책은 바로 그 앨범이 태어난 1950년대 재즈의 심장부로 독자를 데려간다.

재즈 애호가라면 친숙할 이야기다. 다만 소설가이자 전기작가인 저자는 이 책으로 ‘서사적 재즈 비평’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만들었다고 평가받은 만큼 더 생생하다. “재즈는 전성기가 지났다”는 도발적인 선언으로 문을 여는 책은, 재즈의 최전성기로 여겨지는 1950년대 뉴욕의 재즈바와 녹음실을 구현하곤, 능숙하게 음악사적 분석과 서사를 교차해 나간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마일스 데이비스가 있다. 찰리 파커의 그늘 아래 있던 젊은 트럼페터에서 출발해, 무명이던 콜트레인과 백인이라는 이유로 눈총을 받았던 피아니스트 빌 에번스를 차례로 불러모으는 과정이 매끄럽다. 특히 ‘카인드 오브 블루’ 녹음 장면은 책의 백미다. 역사적인 음반의 첫 테이크는 4초 만에 중단됐고, 컨트롤 부스의 전화벨로 또다시 연주가 끊긴다. 세 번의 불발 끝에 시작된 연주. 재즈를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해 의기투합한 이들 사이에서 흐르는 긴장감으로 가득했던 스튜디오의 공기가 여실히 느껴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앨범은 재즈를 대중음악에서 예술음악으로 이동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후 재즈는 예술음악으로서의 면모를 본격적으로 드러냈고 찰스 밍거스, 오넷 콜맨 같은 인물들의 등장 속에 대중으로부터 한 발 멀어졌다.

재즈는 태도나 정신에 가깝다들 말한다. 책을 읽는 동안 ‘카인드 오브 블루’를 함께 들었다. 마일스의 과감한 트럼펫, 콜트레인의 폭발적인 색소폰, 에번스의 섬세한 피아노 연주가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다. “도시의 소음 정도는 녹음되도록 놔두자”던 마일스의 음악에서 느껴지는 자유로움에 고개를 흔들며 페이지를 넘겼다. 이 또한 재즈가 아닐까. 660쪽, 4만2000원.

신재우 기자
신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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