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 책
알리트: 어느 작은 개구리 이야기
제레미 모로 글·그림 | 박재연 옮김 | 웅진주니어
알리트는 대개 유럽 지역에 분포한다고 알려진 산파개구리(Midwife toads)종이다. 산파개구리는 재미나는 이름처럼 수컷이 알을 계속 등에 업고 다니다가 알이 깰 때쯤 얕은 물가에 내려놓아 부화시키는 습성을 지녔다. 알리트 역시 그렇게 태어났다. 단, 물가를 찾아가다 로드킬을 당한 개구리의 등에 붙어 있던 수많은 알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명으로.
로드킬당할 운명을 모른 채 개구리는 말한다. “랭포르를 찾아갈 시간이구나, 아가들아.” 도로를 건너기 직전 새 떼가 경고한다. “레탈리트다!” “레탈리트야!” 이 그래픽노블에는 랭포르, 레탈리트처럼 정확한 의미를 추측하게 만드는 조어 여러 개가 중요하게 등장한다. 조어를 추측하고 이미지를 따라 마지막 장에 이르며 독자는 조금씩 인간에서 벗어난 비인간의 시점으로 자연과 세계를 바라보게 된다. 알리트가 탄생하는 첫 장에서 별다른 감흥 없이 보았던 로드킬 장면을 마지막 장에서 다시 만날 때 자연을 파괴한 인류의 죄악에 대한 깊은 참회가 일어난다. 로드킬에서 겨우 탄생한 알리트가 도로를 멈추게 하는 장면은 어린이와 같은 작은 존재들의 힘에 전율하게 만든다.
그래픽노블 ‘표범이 말했다’, 그림책 ‘판판판 포피포피 판판판’처럼 형광 색상을 생명력 넘치게 사용하며 삶과 죽음이란 웅장한 주제를 포섭해 온 제레미 모로의 미학을 한껏 만날 수 있는 책이다. ‘표범이 말했다’에서의 야생의 광활함과 ‘판판판 포피포피 판판판’에서의 기후 위기 이야기가 종합돼 있다. 독자 연령대 또한 어린이부터 청소년, 성인 독자까지 확보하고 있어서 더 반가운 그래픽노블이다. 320쪽, 3만 원.
김유진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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