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정의 기원│ 칼 다이서로스 지음│ 최가영 옮김│북라이프

인간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은 어디서 비롯될까. 이 감정을 과학적으로만 설명할 수 있을까. 매년 노벨상 시즌이 다가오면 생리의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펼쳐 보이며 이 질문에 답한다. 현대 신경과학의 혁신적 기술 ‘광유전학’의 창시자이기도 한 칼 다이서로스는 딱딱한 과학적 지식으로 저서를 채우기보다는 인간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내비친다.

“제가 왜 못 우는지 모르겠어요.” 책은 신혼 기간 불운한 차 사고로 임신한 아내를 잃은 마테오의 사연으로 시작한다. 차에 갇혀 옆자리에 앉아 있던 아내의 죽음을 생생히 목격해야 했던 그는 극심한 우울과 불안에 시달리고 있었다. 생물학계에서는 눈물을 진화의 산물이라 본다. 감정을 외적으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진화의 혁신이 불완전하게 마무리됐다는 증거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는 눈물이야말로 희망의 증거라고 말한다. 마테오가 울지 못한 건 희망 한 줄기 꿈꿀 수 없는 상황에 있었기 때문이다.

조증은 성욕 등을 포함한 에너지를 끌어올리고 적게 자도 지치지 않는 몸 상태를 만든다. 조증 증세를 보이던 알렉산더가 정년퇴직 후의 평화로운 삶을 살다가 돌연 해군 자원입대를 신청한 게 그렇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조증은 개인은 물론 사회에 큰 비용을 요구하는 흠일 뿐이다. 나아가 정신병과 자살, 우울증을 동반한다는 점에서도 문제적이다. 결국, 알렉산더는 약물치료를 받고 원래의 삶으로 돌아갔다.

주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과 정보를 해킹한다고 믿고 이를 차단하기 위한 장치를 집에 설치한 여성 위니의 사례는 망상에 대해 알려준다. 흔히 조현병이라 불리는 이러한 증세는 정신병에 취약한 유전자의 조합 때문에 생긴다. 놀랍게도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살펴본 위니의 뇌에는 눈에 띄는 이상이 하나도 없었다.

이외에도 자폐, 섭식장애, 치매 등 현대인이 겪는 수많은 정신질환에 대한 여러 설명을 포함한다. 독자는 문제로만 치부했던 질환에 대해 한층 더 깊게 탐구하고 ‘인간이 인간을 이해하는 방식’을 성찰해볼 수 있다. 384쪽, 2만1000원.

김유진 기자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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