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의 서재
표지 한가운데 떡하니 자리한 한 인물의 일러스트가 너무도 매력적이라 일단은 그 얼굴의 단순하면서도 킥이 분명한 선을 만져보며 좇다가 책을 두른 띠지 정 가운데 귀엽게 자리한 한 인물의 사진을 나란히 두고 보다가 표지 일러스트 주즈치, 거기까지 책을 열어 확인한 뒤에야 ‘강풍에도 쓰러지지 않는다’란 제목을 읽어내려간 나였다.
얼마 만에 만난 모옌인가. 태어난 이름 관모예. 작가 이름 모옌(莫言). ‘말을 하지 않는다’란 뜻의 필명과는 역설적으로 그는 줄곧 풍성하고 대담한 이야기를 선보여왔고(내가 그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것도 그의 소설 ‘홍가오량 가족’을 영화화한 장이머우 감독의 ‘붉은 수수밭’을 통해서였다!) 2012년 ‘환상적 리얼리즘을 통해 민담과 역사, 현대를 아우른 작가’라는 평과 함께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선보이는 이번 책은 1981년 9월부터 작가의 말이 쓰인 2025년 12월까지 근 45년에 걸쳐 발표한 서른일곱 편의 이야기가 총 6장에 나뉘어 담겨 있는 바, 새해를 맞아 나의 첫 완독의 타깃이 된 데는 각 장의 제목이 주는 메시지의 울림이 컸다. “삶이 우리를 넘어뜨릴 수는 있지만 끝내 꺾을 수는 없다” “그때 눈물을 흘린 곳에서 지금도 눈물을 흘린다” “삶의 밑바닥에서도 정신은 독수리처럼 구름 위를 날았다” “우리 모두는 아등바등 고달프고 사랑하며 미워한다” “작가가 다른 작가의 책을 읽는 것은 대화이며, 어쩌면 연애이기도 하다” “영감이 떠오르길 바란다면 삶으로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
너무 빤한 문장 아니냐 묻는다면 이 어련함과 이 당연함을 평생 숙제로 안고 사는 게 인생 아니냐 되받아치고 싶어진다. 모옌의 이야기는 바로 이런 진실의 힘을 지닌 디테일에 큰 방점을 찍고 있다 덧붙이고도 싶어진다. 말미에 와서 다시금 이 책의 제목을 또박또박 소리를 내어 발음해본다. 강풍에도 쓰러지지 않으려면, 그러려면 나는 어떻게 버텨야 하는가. 삶이 흔들릴 때 우리는 무엇을 붙잡고 나를 지켜낼 것인가.
“강풍은 약한 나무를 꺾지만, 강한 나무는 더 강하게 만듭니다. 그 차이는 뿌리에 있습니다. 당신의 뿌리는 무엇입니까.” 모옌의 책을 다 읽고 났을 때 열 발가락에 절로 힘이 들어가는 나를 느꼈다. 독서는 최고의 스승이란 상투적인 말을 모옌도 했다.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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