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적인 음식으로 입소문을 타려면 ‘단짠’의 조화가 필수적이다. 단맛은 손쉽게 에너지를 얻고자 하는 인간이 길들인 맛이고 짠맛은 그야말로 맛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로 다른 맛을 가리키는 두 말이 ‘단짠’으로 합쳐지는 것에는 큰 거부감이 없다. 그런데 우리가 맛을 표현할 때 많이 쓰는 ‘달콤쌉싸름’은 묘한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각각 ‘달다’ 및 ‘쓰다’와 관련이 있는 말인데 이 두 맛은 서로 반대여서 과연 하나로 합쳐질 수 있는지 의문이다.

‘달콤하다’는 ‘달다’보다 더 감칠맛이 느껴지니 말 자체만으로도 맛있다. 반면에 ‘쌉싸름하다’는 ‘쓰다’보다는 쓴맛이 덜 느껴지지만 떫은맛도 포함되어 있으니 그리 즐길 만한 맛은 아니다. 그런데 이 둘이 합쳐져 ‘달콤쌉싸름하다’가 되면 입맛을 당기는 묘한 말이 된다. 도라지나 취나물의 맛을 떠올려 보면 이 맛을 그려낼 수 있다. 씀바귀나물은 이름 자체가 쓴맛을 강조하지만 나물로 무쳐 먹으면 오로지 쓴맛만 있는 것은 아니니 역시 이 맛이다.

달콤쌉싸름과 딱 맞아떨어지는 영어 단어로는 ‘비터스위트(bittersweet)’가 있다. 서로 반대되는 맛이 하나로 합쳐진 것은 똑같지만 ‘달콤’과 ‘쌉싸름’으로 변형된 우리말보다는 말맛이 덜 느껴진다. 서양 사람들은 자몽이나 다크 초콜릿의 맛을 이렇게 표현하는데 이것들을 먹어본 기억을 떠올리면 결국 달콤쌉싸름과 같다.

영어의 비터스위트는 빛과 어둠, 탄생과 죽음의 짝을 가리킬 때도 쓴다. 이와 비슷한 느낌으로 ‘꿀의 날들도 있고 양파의 날들도 있다’는 아랍 속담도 있다. 이런 용법과 대응되면서도 말맛이 훨씬 더 좋은 것이 달콤쌉싸름이다. 뜨거운 사랑을 경험해 본 사람은 이 맛을 안다. 인생의 굴곡을 여러 번 지나온 사람들도 이 말이 가리키는 맛을 잘 안다. 인생이 마냥 달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으니 도라지무침이나 다크 초콜릿의 맛에 익숙해지는 것도 좋겠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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