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권 논설위원

성명학에서 이름은 타고난 사주팔자를 보완하고 후천적 운명을 이끄는 요소로 본다. 그래서 부족한 오행(木火土金水)을 채우고 음양의 조화와 상생을 이루는 이름을 최고로 친다. 정당도 사람과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이 5년 만에 당명을 바꾸기로 했다. 책임 당원 77만4000명을 대상으로 한 찬반 조사에 25%가량(19만5000여 명)이 참여해 68.2%(13만2000여 명)가 찬성했다고 한다. 당명 제안도 1만8000여 건 접수됐다고 하니,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1990년 민주정의당(노태우)과 통일민주당(김영삼), 신민주공화당(김종필) 등 이른바 3당 합당으로 민주자유당이 탄생한 이후 보수정당은 ‘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국민의힘’ 순으로 6번 이름을 바꿨다. 당명 변천사는 보수정당 영욕의 기록이다. 민자당과 한나라당, 새누리당은 대선에서 승리했지만, 신한국당과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은 폭망했다. 국민의힘은 부침이 심했다. 정권 탈환에 성공했지만 국회의원 선거에서 역대급 참패를 했고,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이란 치욕을 겪었다. 국민의힘을 성명학으로 풀면 추진력은 있지만, 안전성은 오래가지 못한다고 한다. 딱 맞았다.

당명 개정과 함께 새로운 가치를 제시하고 새 인물을 영입했을 때 정당은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보수를 한곳에 모으는 대연합에 성공해 대선에 승리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선진화’를,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경제 민주화’라는 새로운 가치를 제시해 권력을 잡았다. 반면, 분열하고 혁신을 등한시했을 때의 결과는 처참했다.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으로 분열됐던 19대 총선이 그랬고, 혁신과 변화를 거부했던 21대와 22대 총선은 더 참혹했다.

국민의힘의 새 이름은 어떤 것이 좋을까. 당원 조사에선 ‘공화’와 ‘보수’ 등이 들어가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인공지능(AI)에 물어봤다. AI는 보수·개혁·수권 능력 이미지를 유지하며 확장성을 가져야 한다며 국가미래당, 대한책임당, 국민통합당, 새대한당 등을 추천했다. 확 와 닿지 않는다. 이름이 중요하다지만 삼라만상의 본질을 숨길 순 없다.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고 한 신동엽 시인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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