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파업 돌입 이틀 만에 극적으로 합의해 15일 첫차부터 정상 운행을 시작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임금 인상 문제를 넘어, 2004년에 되입된 ‘버스 준공영제’의 구조적 한계와 사모펀드 진입 등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의 갈등을 여실히 드러냈다.

노사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사후 조정을 통해 2.9% 임금 인상에 합의하고 고령화 및 인력난을 고려해 정년을 연장하기로 했다. 올해 7월 만 64세, 내년 7월 65세로 정년을 단계적으로 높이기로 했다. 아울러 소송이 진행 중인 통상임금 산입 범위 문제는 향후 노사정 협의체에서 별도 논의키로 했다.

문제는, 서울시가 버스 운송 수입금을 공동 관리하고 적자를 세금으로 보전해주는 ‘준공영제’가 심각한 결함을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첫째, ‘돈 먹는 하마’가 된 재정 적자의 문제다. 누적 적자가 심해지고 있다. 승객 감소와 인건비·연료비 등 운송 원가 상승으로 인해 서울시가 버스회사에 지급하는 재정 지원금은 2025년에만 4575억 원에 이른다. 운송수입금공동관리업체협회의 누적채무가 1조 원에 육박하면서 부채이자 부담도 재정을 압박하는 구조적인 한계를 보이고 있다. 적자를 시 예산으로 메워주니, 버스 회사가 스스로 경영 효율을 높이거나 노선을 최적화하려는 유인이 부족하다.

둘째, 사모펀드의 진입과 ‘배당 잔치’의 문제다. 최근에 사모펀드가 서울 시내버스 업체들을 대거 인수하면서, 시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인데도 일부 업체는 당기 순손실을 못 본 체 과도한 배당을 해 자본 유출 사례가 발생한다.

셋째, 불합리한 정산 방식의 문제다. 현재는 실제 발생한 비용을 나중에 정산해 주는 방식이라, 업체가 비용을 절감할 이유가 없다. 이는 결국 전체적인 운송 원가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에 서울시는 이번 파업 타결과 별개로 ‘준공영제 2.0’ 수준의 전면 개편을 추진 중이다. 우선, 정산 방식을 전환해 사전확정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운송 원가를 미리 정해 두고 그 범위 안에서 운영하게 하는 제도를 도입해 업체의 자발적인 원가 절감을 유도하려는 것이다. 불필요한 비용 지출을 줄여 연간 약 5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절감한다는 게 서울시의 목표이다.

다음으로, 시민의 세금 지원이 포함되므로 진입 장벽을 도입하려고 한다. 외국계 자본의 진입을 금지하고, 국내 사모펀드도 설립 후 일정 기간이 지난 곳만 운영할 수 있도록 엄격히 제한한다. 적자 발생 시 배당을 제한하거나, 재정 지원금의 일정 비율 이상을 배당하지 못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명시하기로 했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지하철과 겹치거나 이용객이 현저히 적은 노선을 과감히 통폐합하고 외곽 지역이나 심야 시간에는 정기 노선 대신 수요에 따라 움직이는 수요응답형 버스를 도입해 운영비 절감에 나선다고 한다. 노선 효율화 및 인공지능(AI) 기반 재설계를 통해 중복 노선을 정리할 것이라고 한다.

이번 합의는 시민 불편을 막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임금 인상은 결국 서울시의 부채 증가나 요금 인상 압박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근본적으로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민간 운수사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가 향후 개편의 핵심이 돼야 한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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