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정치부 차장
지방선거를 130여 일 앞두고 제1야당이 자중지란에 빠졌다. 이른바 당원 게시판 문제를 두고 국민의힘 윤리심판원은 한동훈 전 대표 제명을 의결했고, 장동혁 대표는 제명안을 최고위원회의에서 처리할 기세다. 장 대표는 14일 취재진에 “윤리위 결정을 뒤집고 다른 해결을 모색하는 것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이 문제를 누가 먼저 풀고 가야 정치적으로 해결될지에 대해 말했다”고 설명했다. 한 전 대표가 스스로 해결해야 했으나 그러지 않았다는 취지다. 반면, 한 전 대표는 같은 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계엄을 막고 당을 지킨 저를 허위 조작으로 제명했다”며 “국민, 당원과 함께 이번 계엄도 반드시 막겠다”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가 어떤 식으로 결론을 맺게 될지 예상하기 어렵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가뜩이나 차기 주자가 부족한 국민의힘은 미래를 추가로 잃게 될 상황에 처했다는 점이다. 장 대표가 제명안 상정을 이달 말로 미루면서 타협할 여지가 생기기는 했으나, 여전히 양측 모두 기호지세다. 패배하는 쪽은 치명상을 피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를 당에서 몰아내지 못한다면 장 대표는 직을 유지하기조차 어려울 수 있다. 분란의 책임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 한 전 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법적 다툼으로 끌고 가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당원 게시판 사건은 영원히 그를 옥죄는 굴레가 될 것이다. 보수 정치권에서 재기를 꿈꾼다는 건 언감생심이다.
특히, 장 대표는 보수의 미래를 독점하고 싶어서 사안을 키웠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그는 2024년 11월 당원 게시판 사건이 불거지자 “한동훈 대표의 정치적 생명을 끝내려 마음먹고 달려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상계엄과 탄핵을 거치며 두 사람이 갈라선 이후와는 시각이 전혀 다르다. 정희용 사무총장은 소장파 모임에서 “내가 아는 장 대표는 의도적으로 방향성을 갖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감쌌지만, 의심은 점차 확신으로 바뀌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국민의힘 상임고문단과 만난 자리에서는 ‘장 대표가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징계를 무리하게 진행한다’는 말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지아 의원은 제명 결정에 ‘사심 정치는 거부한다’는 글을 올렸다. 게다가 윤리위는 두 번이나 결정문을 정정하며 부채질을 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장 대표 행보를 두고 이재명 대통령을 벤치마킹 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제20대 대선 패배 후 곧바로 여의도에 입성해 당권을 쥐었다. 대선에 패배한 후보가 걷던 기존 행보와는 전혀 다르다. 이 대통령은 결국 반대 세력을 제거하고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 장 대표 역시 경쟁자를 제거한다면 설사 지방선거에서 지더라도 이 대통령과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고 계산했을 수 있다. 다만, 이 차이는 고려하지 않은 듯하다. 이 대통령은 처음부터 문재인 정부 극복을 내세웠고 당 재편은 같은 맥락에서 이뤄졌다. 민심을 거스르지 않았다. 하지만 장 대표가 극복하려는 대상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아니라 한 전 대표다. 민심과는 동떨어져 있다. ‘1등 쫓아낸다고 서울대 가나?’ 친한(친한동훈)계에서 나오는 힐난이 허점을 정확히 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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