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목산업 붕괴위기
재해땐 처벌1순위 현장소장 기피
건설사 토목사업 축소·입찰포기
가덕도 등 국책사업 잇따라 타격
인재 외면 외국인노동자만 남아
기술력 퇴보·경쟁력 하락 ‘비상’
“어느 누구도 현장소장을 맡으려고 하지 않아요.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1순위로 입건되기 때문이죠.”
최근 A 중견건설사는 착공 예정인 사업장을 지휘할 현장소장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모든 건설사에서 현장소장은 인기직이었다. 정부가 산업재해 엄벌 기조를 강조하자 분위기가 급변했다. 산재가 발생하면 ‘처벌 1순위’가 되는 탓에 기피 대상으로 전락한 것이다. A 건설사 관계자는 “모든 건설사에서 직원들에게 현장소장을 맡아 달라고 하면 손사래를 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정부가 산재 엄벌 기조를 고수하면서 건설 현장이 얼어붙고 있다. 건설업에 젊은 인재가 유입되지 않으면 양질의 건축물을 지을 수 없게 되고, 토목 기술력이 약화되면 국가균형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잇단 산재로 중징계 위기에 처한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 연말 토목을 도맡는 인프라사업부를 플랜트사업부에 흡수통합했다. 포스코이앤씨는 당분간 신규 수주를 하지 않기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 8월 가덕도신공항 사업에 불참한 데 이어 지난해 9월 광주 옛 전방·일신방직 부지에 짓는 대규모 주상복합 개발 시공권도 포기했다.
건설사들이 위축되자 가장 타격을 받는 것은 국책 사업이다. 가덕도신공항 사업은 악명 높은 난도 탓에 현대건설에 이어 롯데건설, 쌍용건설 등이 줄줄이 포기하면서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데 난항을 겪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노선 착공도 지체될 가능성이 크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처벌 만능주의로 흐르면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아 수주 회피, 고용 인력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국가 기간망 건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공기 산정과 예산 책정을 외면한 징벌 만능주의로는 산재를 막을 수 없다는 지적도 거세지고 있다. 국가가 발주하는 대다수 공사는 최저가 입찰제다. 공정 압박도 만연하다. 국토안전관리원에 따르면 공공 공사 사망사고 중 저가 공사 현장이 약 78%로 민간(26%)의 3배 수준이다. B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말로만 산재 예방 드라이브를 걸 게 아니라 공공사업에서 먼저 모범을 보이면 민간은 따라가게 돼 있는데 만만한 민간기업만 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기간 산업에도 부정적이다. 젊은 인재들이 건설업을 외면하면 외국인 노동자 비중만 높아지고 기술력은 퇴보할 수 있어서다. 경기 전망도 어둡다. 이지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공공 발주 부진과 토목 부문 침체가 지속되면서 기성, 고용 등 실물 지표의 회복 속도는 당분간 제한될 것”이라며 “체감 경기 역시 지난해 연말 반등 이후 다시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 이소현 기자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1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