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부터 유튜버까지… 다양해지는 추천사의 양상

 

문학분야 최다 추천 필자 신형철

“짧은 글에 독자 납득시키는 힘”

박정민, 소설집 혼모노 추천 화제

 

과학선 최재천·정재승·궤도 인기

독자에게 ‘낯선 외서’ 가교 역할

 

노출효과 큰 ‘가성비 홍보’ 평가

‘주례사 추천·주객전도’ 지적도

띠지에 적힌 문장 하나가 순식간에 마음을 사로잡는다. “넷플릭스 왜 보냐”는 도발적인 질문은 소설로, “뇌의 나이는 되돌릴 수 있다”는 선언은 뇌과학책으로 독자를 이끈다. 추천사 이야기다. 지난해 서점가는 배우 박정민의 ‘혼모노’ 추천사를 계기로, 다시 한번 추천사가 마케팅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베스트셀러 작가와 전문가, 유명인에 더해 유튜버와 인플루언서까지 가세하며, 책 추천사의 풍경도 한층 다채로워졌다. 새해를 맞아 지난해 화제가 됐던 추천사와 달라진 양상을 돌아봤다.

◇‘통’하려면 결국 ‘합’= 지난해 추천사 필진 가운데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 인물은 단연 배우 박정민이다. 출판사 무제의 대표이기도 한 그는 성해나 작가의 소설집 ‘혼모노’에 “넷플릭스 왜 보냐.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라는 강렬한 추천사를 남겼고, 책은 곧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그는 ‘혼모노’를 비롯해 ‘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 그래픽노블 ‘스몰 프레임’까지 총 4권의 책에 추천사를 썼다. 출판사들은 박정민 추천사의 힘을 인정하면서도, 성공의 이유를 단순히 ‘유명인 효과’로만 보진 않는다. 천선란의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가 8쇄를 찍고 5만 부 넘게 판매된 데 대해 김학제 허블 편집팀장은 “무엇보다 작품과 추천인의 합이 중요하다”며 “한국문학에 관심이 많은 추천인의 정체성과 작품의 결이 맞아 시너지가 났다”고 설명했다.

문학 분야에서 또 다른 인기 추천사 필자로는 신형철 문학평론가가 꼽힌다. 문화일보가 온라인 서점의 추천사 목록을 분석한 결과, 그는 지난해에만 12권의 책에 추천사를 남겼다. “나는 김애란이 오랫동안 사회학자였고 이제야말로 유감없이 그렇다고 주장할 것이다”라는 추천사로 화제가 된 김애란의 ‘안녕이라 그랬어’를 비롯해 최근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그리고 ‘첫 여름, 완주’와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까지. 그의 추천사가 실린 책들은 잇달아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랐다. 김민정 난다 출판사 대표는 “신형철의 추천사는 단순히 문장만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짧은 글 안에서 독자를 납득시키는 힘이 있다”고 했다.

◇과학책에서 추천사는 독자와의 ‘다리’= 과학 분야에서는 추천인의 영향력이 더욱 뚜렷하다. 특히 국내 독자에게 낯선 외서나 개정판의 경우, 추천사는 독자와 책을 잇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된다. 생태·생물 분야의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뇌과학의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우주과학의 크리에이터 궤도는 각각 26권, 37권, 20권의 책에 추천사를 쓰며 ‘믿고 보는’ 추천사 필진이 됐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출간돼 8쇄, 1만 부를 단기간에 돌파한 ‘늙지 않는 뇌’의 경우 정 교수의 추천사가 주효했다. 조정현 심심 출판사 편집자는 “딱딱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과학책을 국내의 대중도가 높은 전문가가 추천함으로써 진입장벽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밀리언셀러 ‘위험한 과학책’은 최근 10주년 특별판을 출간하며 궤도의 추천사를 더했다. 구민준 시공사 논픽션 팀장은 “개정판을 내면서 새로운 인상을 심어주는 데 추천사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다”고 했다. 이외에도 최근 각광받는 인공지능(AI) 분야에서는 송길영 작가(10권)와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6권), 페미니즘 분야에서는 정희진 작가(12권)가 주요 필자로 꼽힌다.

◇최대 ‘300만 원’ 추천사… 가성비인가, 주객전도인가= 추천사 원고료는 보통 20만∼50만 원 선이다. 400∼600자 정도의 분량임을 고려할 때 비교적 높은 수준. 최근 일부 유명 인플루언서나 유튜버의 경우 100만 원 이상, 유명 필자의 경우 많게는 300만 원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그럼에도 출판사들은 “가성비가 높은 마케팅”이라고 말한다. 다른 광고 수단에 비해 비용 대비 노출 효과가 크고, 추천 문구가 SNS를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확산되기 때문이다.

반면 과도한 추천사 문화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미국 최대 출판사 가운데 하나인 사이먼 앤드 슈스터가 “앞으로 주력 출판물에는 추천사를 싣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한 1인 출판사 대표는 “책보다 추천인이 앞서는 지금의 구조는 분명 문제”라며 “의미 없는 ‘주례사 추천사’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신재우 기자
신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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