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정권의 시위대 처형 중단을 이유로 이란에 대한 군사공격 옵션을 당분간 보류했음을 시사했지만, 실제로는 중동 지역의 미군 전력 배치 상황과 이스라엘을 비롯한 역내 동맹국들의 만류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현지시간) 미국과 중동 지역의 전·현직 당국자 십여 명을 익명으로 인터뷰한 결과를 토대로 이같이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이달 초 대(對)베네수엘라 군사작전으로 항모 전단 등 상당한 전력을 카리브해에 투입한 상황에서, 중동에 배치된 미군 전력이 이란의 본격적인 반격에 대응하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이스라엘 측의 상황도 고려 요인이 됐다. WP는 이스라엘이 지난해 6월 이란과의 이른바 ‘12일 전쟁’ 당시 요격용 미사일을 상당 부분 소진한 상태라는 점을 미측과 공유했다고 전했다. 현재 중동 해역에 배치된 미 해군 전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이스라엘 단독으로 이란의 보복 공격에 대응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이집트 등 미국의 주요 중동 협력국들도 백악관에 직접 연락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기보다는 자제력을 발휘하고 외교적 해법을 모색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14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스라엘의 방어 준비가 완전하지 않다며 미국이 이란 공격에 나서지 말 것을 요청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도 비슷한 취지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역시 미국이 군사 개입에 나설 경우, 지난해 6월 핵시설 타격 이후와 같은 ‘조율된 수준의 보복’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경고했다. 레바논의 헤즈볼라 등 친이란 무장세력이 가세할 가능성도 이스라엘과 미국 측의 주요 우려 요인으로 거론됐다. WP는 당초 대이란 군사행동을 지지했던 JD 밴스 부통령도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작전 보류 판단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의 대이란 군사 옵션이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라는 관측도 나온다. WP는 미군 주요 전력이 중동으로 재배치되는 데 2∼3주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후에는 이스라엘의 방어 부담이 완화돼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군사 행동을 검토할 여지가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미 중부사령부는 2월 한 달간 24시간 작전 지원이 가능한 인력 배치 계획을 수립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이란의 시위대 유혈 진압과 체포자 처형을 이유로 군사적 옵션을 포함한 강경 대응을 검토해 왔으나, 지난 14일 “이란에서 (시위대) 살해가 중단됐다고 들었다”고 밝히며 논조를 바꿨다. 이어 16일 기자들과 만나 “누구도 나를 설득하지 않았다. 스스로 납득한 결정”이라며 “이란이 전날 800명 이상의 처형을 예고했다가 실행하지 않은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정지연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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