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은 지난해 12월 28일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정치적 이해를 떠난 실용과 통합, 재정·예산 분야 전문성 및 다른 의견의 국정 반영 등을 강조했다. 그 뒤 3주일 동안 ‘1일 1건’ 지적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도덕적 흠결과 불법 의혹이 쏟아졌다. 과거의 정책적 소신조차 뒤집다시피 하면서 탕평 인사보다 변절 논란도 커졌다. 장관은 고사하고 공직자 자격도 없다.
청문회 대상이 아니라 수사 대상이라는 지적이 쏟아지면서 19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의 인사청문회가 파행을 겪은 것은 예견됐던 일이다. 드러난 문제점만으로도 부적격 사유가 충분하지만, 의혹을 검증할 자료조차 제대로 제출하지 않으면서 청문회 자체가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여당에선 ‘야당에서 여러 번 공천 받았던 사람’이라며, 낙마하든 말든 손해볼 게 없는 ‘꽃놀이패’라는 무책임한 주장도 나온다. 국민의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과거 소속보다 지금 장관을 맡을 자격이 있느냐이다. 지난 6∼8일 실시된 여론조사(한국갤럽)에서는 ‘장관으로 부적절’ 응답이 47%로, ‘적절’(16%)을 압도했다.
국회의원 시절 보좌진에 대한 폭언 등 갑질, 세 아들의 취업·입시 및 병역 혜택 의혹, 결혼해 분가한 장남을 부양가족으로 올린 ‘청약 부정’과 그렇게 해서 당첨된 강남 아파트에서 올린 시세 차익, 남편의 인천공항 인근 부동산 매입과 엄청난 수익, 20∼30대에 수십억 원대 자산가가 된 세 아들의 증여세 논란 등은 국민 상식과 도덕성을 우롱하는 수준이다. 보수 성향 경제학자인 그에게서 초당적 국고 지킴이 역할을 기대했으나, 그마저도 어렵게 됐다. 이 후보자를 지명했던 근거가 모두 사라졌다. 이제라도 결자해지 입장에서 지명을 철회하는 게 국민을 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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