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이후 80년 이어진 대서양 동맹이 그린란드 문제로 인해 균열 위기에 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 그린란드 방어 훈련에 참여한 덴마크·영국·프랑스·독일 등 나토 8개국에 대해 2월부터 10%, 6월부터 25% 보복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자 유럽 측이 맞대응을 시사했다. 무력 충돌까지 상상하긴 힘들지만, 대서양 동맹을 분열시킬 쐐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럽 8개국 보복 관세 부과 발표는 지난해의 미·유럽연합(EU) 관세 합의를 뒤엎는 조치다. 미국은 EU의 6000억 달러(약 830조 원) 대미 투자 조건으로 EU 제품 관세를 15%로 결정했고, 영국과는 10% 관세 부과에 합의한 바 있는데 8개국에만 관세가 추가될 경우 혼선이 크고 법적 근거도 불분명해진다. 유럽도 보복에 나설 태세다. 통상위협대응조치(ACI) 발동은 물론, 미국산 무기 구매 중단, 유럽 내 미군기지 폐쇄까지 거론된다. 현실화할 경우, 1941년 윈스턴 처칠과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합의한 전후 세계질서 관련 대서양헌장과 1949년 나토 출범을 축으로 한 대서양 동맹은 깨진다.

미국이 빠지더라도 유럽 집단방위 체제가 붕괴하진 않겠지만 국제적 무질서 증폭으로 안보 불안은 커질 것이다. 강대국의 지역 분할을 부추겨 러시아의 추가 도발 및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 커진다. 불똥이 한미동맹으로 튈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4월 방중을 전후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협상을 김정은과 시도할 수도 있다. 한미동맹을 견지하는 가운데 일본·호주 등 태평양 미들파워 국가들과의 경제안보 공조를 다지고 자유 진영과의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 미국 핵우산 약화 가능성에 대비해 북핵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핵 자강(自强)도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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