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AFP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AFP 연합뉴스

지난해 전 세계 억만장자들의 총 재산이 전년보다 16.2% 늘어난 18조3000억 달러(약 2경7000조 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빈곤층의 정치·사회적 영향력은 약화되고, 어렵게 쟁취한 자유와 권리마저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은 18일(현지시간)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인 다보스포럼 개막에 맞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례 불평등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자산 10억 달러 이상을 보유한 억만장자 수는 사상 처음으로 3000 명을 넘어섰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필두로 한 상위 12명의 자산 합계는 전 세계 하위 50%에 해당하는 약 40억 명의 자산을 웃돌았다.

특히 2024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억만장자들의 재산은 직전 5년간 연평균 증가 속도보다 세 배 이상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머스크의 경우 지난해 10월 세계 최초로 개인 자산 5000억 달러를 돌파했는데, 같은 시기 전 세계 인구의 4명 중 1명은 여전히 만성적인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옥스팜은 초부유층의 자산 증식에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규제 완화와 국제적 법인세 인상 합의 약화 등 정책들이 최상위 부유층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부동산 재벌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억만장자라는 점을 언급하며, “그가 꾸린 행정부 역시 억만장자들로 채워졌다”고 비판했다.

또 미국이 국제적으로 합의된 최저 법인세율 15% 적용 대상에서 자국 대기업을 제외한 결정은 불평등을 방치하는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머스크의 X 인수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워싱턴포스트(WP) 인수 등 초부유층의 미디어 소유 확대 역시 정치·여론 권력 집중 사례로 거론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최대 미디어 기업의 절반 이상을 억만장자들이 소유하고 있으며, 억만장자 6명이 세계 10대 소셜미디어 기업 가운데 9개를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억만장자들의 공직 진출 가능성은 일반 시민보다 4000 배 이상 높은 것으로 추산됐다.

옥스팜은 경제적 빈곤이 정치적 빈곤으로 이어지는 악순환도 경고했다. 빈곤층은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데 높은 장벽에 직면해 있으며, 이는 권리를 주장하고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능력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슈퍼 리치들은 사용하기도 어려울 만큼의 부를 축적했을 뿐 아니라, 그 부를 통해 경제 규칙과 국가 운영 원리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재편하는 정치권력을 확보했다”며 “이 힘이 다수의 정치적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다보스포럼에 역대 최대 규모의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할 예정이다. 그의 참석에 반발해 약 300명의 시위대가 전날 스위스 다보스에 집결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정지연 기자
정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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