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슈가’ 내일 개봉

 

외국산 혈당측정기 대중화 시점

도입·개발과정 희로애락 그려내

배우 최지우가 1형 당뇨를 앓는 아들을 위해 국내에 부착형 연속혈당측정기를 들여온 실존 인물 김미영 씨를 연기했다.  스튜디오타겟 제공
배우 최지우가 1형 당뇨를 앓는 아들을 위해 국내에 부착형 연속혈당측정기를 들여온 실존 인물 김미영 씨를 연기했다. 스튜디오타겟 제공

연속혈당측정기를 팔에 부착하고 샐러드, 단백질, 탄수화물 순서로 식사하며 혈당을 일정하게 유지해 과식을 막고 궁극적으로 체중 감량 효과를 얻는, 일명 ‘혈당 다이어트’가 최근 유행했다. 클릭 한 번에 집 앞으로 배송받을 수 있는 이 측정기는 10여 년 전만 해도 1형 당뇨를 앓는 어린 아들의 손에 하루 열댓 번 바늘을 찌르던 엄마가 목숨 걸고 ‘밀수’한 희귀품이었다. 이 기기가 대중화되는 첫 시작을 담은 이야기는 그래서 사뭇 코끝을 찡하게 한다.

21일 개봉을 앞둔 영화 ‘슈가’(감독 최신춘)는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의 실화를 담백하게 풀어낸다. 배우 최지우가 김 대표를 모델로 한 김미라 역을 맡았다. 미라는 능력 있는 엔지니어이며, 아들 동명(고동하)을 위해 적극적으로 학교 야구부 일에 관여하는 야무진 엄마다. 어느 날 동명이 저혈당으로 쓰러져 1형 당뇨를 진단받기 전까진 바쁘지만 그래도 행복한 일상이었다.

1형 당뇨는 유전 및 식습관과 전혀 무관한 ‘교통사고’와 같은 질병으로, 극 중 12세인 동명뿐만 아니라 태어난 지 20개월 된 유아도 걸릴 수 있다고 영화는 강조한다. 특별한 치료 방법도 없다. 최신춘 감독 본인도 1형 당뇨를 앓는 환자여서 병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함께 환우들이 실제 겪는 일상을 담아냈다. 최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김 대표가 겪은 실제 경과를 담고 있지만, 8년 사이에 일어난 일을 1년으로 축약하면서 전후 이해가 쉽게 각색했다”고 밝혔다.

1형 당뇨 환자에게 혈중 당분은 너무 낮아도 죽음에 이를 수 있고, 너무 높으면 각종 합병증을 일으키기에 24시간 밀착 관리가 중요하다. 지극정성으로 아이를 돌보는 미라를 연기하는 최지우는 영락없는 엄마였다. 그는 “아무래도 제가 딸을 낳고 엄마가 되면서 모성애 연기가 더 자연스러워졌다”며 “노력하지 않아도 감정이 올라왔다”고 고백했다.

2시간에 한 번씩 손가락을 찔러 혈당을 재야 하자 동명의 학교도, 미라의 직장도 정상적으로 다닐 수가 없게 된다. 절박하게 대안을 찾던 미라에게 미국 회사 덱스콤이 만든 부착형 연속혈당측정기가 눈에 들어온다. 미라는 한국엔 수입되지 않는 이 물품을 직접 발주해서 들여오고, 직접 납땜을 해가며 수신기를 만들어 새로운 테크 기기로까지 개발해 낸다. 즉, 동명이가 팔뚝에 부착한 측정기에 뜬 수치가 미라의 휴대폰으로 실시간 발송되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룬다. 이로 인해 모자의 삶은 조금이나마 나아진다.

그러나 미라는 곧 검찰, 관세청,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서 불법 의료기기 밀수입 혐의로 소환장을 받는다. 국가기관이 한 개인을 압박하는 사면초가의 상황에서도 미라는 의연하게 견딘다. 최지우는 “원망, 후회 이런 것보다 아이를 지켜내고 싶은 능동적인 모습만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실제로 만난 김 대표가 차분한 편이라서 감정적으로 앞서나가는 모습은 자제했다”고 전했다.

2026년 지금, 누구나 측정기를 쉽게 살 수 있다는 사실이 곧 영화의 스포일러가 되지만, 그 결과를 따라가는 과정은 충분히 유익하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김선영과 박철민의 특별 출연은 짧지만 충분한 강렬함을 남겼다.

이민경 기자
이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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