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시장 정착 ‘명과 암’
오리지널 콘텐츠 210편 투자
‘오징어게임’ 세계적인 신드롬
‘흑백요리사’ 등 흥행열풍 이어
계정 공유·개인 맞춤형 콘텐츠
TV·극장 중심 엔터산업 재편
IP 확보·韓유통 침체 극복 과제
토종 OTT 육성 필요성 제기도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인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 론칭된 지 10년(2016년 1월 6일 시작)을 맞았다. 그동안 넷플릭스가 투자한 오리지널 K-콘텐츠는 약 210편이다. K-콘텐츠는 넷플릭스라는 플랫폼 공룡이 글로벌 시장에서 도약하도록 튼튼한 날개 역할을 톡톡히 했다. 둘의 만남은 더할 나위 없는 ‘윈윈’(win-win) 게임이었지만, 한국 시장이 점차 ‘을’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로컬’에서 ‘글로벌’로… K-콘텐츠의 진화
한국 론칭 초기 넷플릭스의 영향력은 미미했다. 자국 콘텐츠의 역량이 높은 한국 시장의 특성을 간과한 탓이다. 2016년 당시,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최신 영화는 1년 전 개봉된 ‘간신’이었다. 최근 드라마도 예능도 없었다. 위기감을 느낀 리드 헤이스팅스 전 넷플릭스 CEO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넷플릭스가 자본을 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의 한국 개봉과 넷플릭스 공급, 한국 드라마 ‘태양의 후예’ 유통 계획을 밝혔다.
2018년 3월 공개된 예능 ‘유병재 : 블랙코미디’가 넷플릭스 최초의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였고, 이듬해 1월 선보인 한국형 좀비물 ‘킹덤’은 넷플릭스를 교두보 삼은 K-콘텐츠의 글로벌 진출 신호탄이 됐다. 2021년 9월에는 ‘오징어 게임’이 공개돼 32주 연속으로 글로벌 톱10에 포함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수립했다. 이후 ‘더 글로리’ ‘지금 우리 학교는’을 비롯해 ‘흑백요리사’ ‘중증외상센터’ 등이 흥행 배턴을 이어받았다.
◇‘TV·극장’에서 ‘OTT’로… 플랫폼 지각변동
넷플릭스는 엔터 산업의 구조를 바꿔 놓았다. 이전까지 콘텐츠의 중심은 TV와 극장이었다. ‘겨울연가’를 시작으로 ‘대장금’ ‘태양의 후예’ 등이 해외 수출됐다. 하지만 이제는 대다수 K-드라마가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시청자들과 만난다. 그 결과 ‘사랑의 불시착’은 일본에서 72주 연속 톱10을 지켰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은 이런 변화를 가속화했다. 인구 밀집 공간을 피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일상화되자 대중은 극장을 멀리했다. 그 결과 영화 산업이 크게 위축됐다. 이 무렵, 한국 영화 ‘승리호’ ‘사냥의 시간’ 등이 극장 상영을 포기하고 넷플릭스에서 최초 공개됐다. 극장표 1장 값으로 한 달 내내 모든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넷플릭스는 대단히 매력적인 플랫폼이었다. 게다가 1인 1스마트폰 시대에 발맞춰 콘텐츠 시청 행태도 개인화되면서 넷플릭스의 영향력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IP 보유국’에서 ‘하청업체’로… 脫넷플릭스 가능할까?
냉정하게 묻자. ‘오징어 게임’은 한국의 콘텐츠인가? 출연진과 제작진은 모두 한국인이지만, 엄밀히 말해 ‘오징어 게임’의 지식재산권(IP)은 미국 기업 넷플릭스가 보유한 ‘메이드 인 USA’ 콘텐츠다. ‘오징어 게임’이 미국 방송 시상식인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미국 콘텐츠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 엔터 산업이 넷플릭스의 하청업체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소한의 수익을 보장하는 넷플릭스 앞으로 줄을 서는 제작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넷플릭스가 태도를 바꿨다. 10년 전에는 높은 제작비와 출연료로 스타 작가·배우들을 ‘모셔’ 갔다. 하지만 이제는 넷플릭스가 출연료 상한선을 두는 등 관계 역전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박기수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넷플릭스가 공격적 초기 투자로 제작비 상승을 주도했는데, 유통 채널을 독점하며 주도권을 쥔 지금은 오히려 투자를 줄이며 한국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게다가 방송사들은 이미 상승한 제작비 규모를 버거워하고 있다”면서 “일본, 태국 등 다른 국가의 콘텐츠 경쟁력이 상승하는 상황 속에서 넷플릭스가 한국 투자를 줄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IP 유출을 막기 위해 토종 OTT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IP를 보유하고 있어야 꾸준히 수익이 발생하고, 속편 제작도 가능하다. 넷플릭스의 유통망이 필요하지만, 눈앞의 이익을 위해 IP를 모두 넘기면 미래가 없다. 토종 OTT가 필요한 이유”라고 충고했다.
안진용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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