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재집권 1년 美 어디로 가나 - <2> 보호무역주의 확산
美기술규제, 전년대비 8.6% ↑
유럽연합 · 인도서도 대폭 증가
작년 세계 자유무역협정 1개뿐
보호무역으로 글로벌경제 위축
관세인상분 제품값 반영되면서
美체감물가 급등 부작용도 나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와 상호관세 정책에 다른 나라들도 무역장벽을 세우기 시작하면서 트럼프 2기 1년 만에 관세·무역 일반협정(GATT) 체제 출범 후 100년간 이어온 자유무역질서가 흔들리고 보호무역주의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2년째에 들어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무역 합의를 한 유럽에 그린란드를 이유로 또 다른 관세를 예고하고, 이에 유럽이 보복 관세를 예고하면서 보호무역주의 흐름은 올해 더 강화될 전망이다. 이러한 트럼프발 관세 정책 여파에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은 지난해보다 떨어지는 등 세계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로 퍼져나가는 보호무역주의= 20일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지난해(1∼3분기 기준) 비관세장벽인 기술규제는 전년 동기(3176건) 대비 4.0% 증가한 3304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중 미국 기술규제는 2023년 356건에서 2024년 같은 기간 302건으로 줄었으나 지난해에는 328건으로 8.6% 증가했다. 이는 전체 회원국의 기술규제 중 10분의 1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과 인도에서도 기술규제가 대폭 증가했다. EU는 2024년(1∼3분기 기준) 75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줄었으나 지난해 83건으로 10.7%가 올랐다. 인도 역시 2024년 25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 감소했지만 지난해 61건으로 무려 144%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러한 비관세장벽 등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자유무역 흐름은 위축됐다. WTO에 따르면, 지난해 발효된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한 지역무역협정(RTA)은 단 5건에 불과했다. 2024년에는 8건이었다. 지난해 새로 서명이 이뤄진 협정도 단 한 개에 불과했다.
미국발 보호무역주의에 EU와 멕시코, 브라질 등 다른 국가들도 앞다퉈 무역 빗장을 걸어 잠갔다. EU는 자국 철강산업 보호를 내세워 철강 수입 쿼터 총량을 3053만t에서 1830만t으로 줄이고, 초과 물량에 대한 관세율을 25%에서 50% 인상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캐나다도 철강 수입 규제 대열에 합류했다. 멕시코 역시 올해 1월부터 중국·한국 등 FTA 미체결국을 대상으로 전략품목자동차, 기계부품 등에 대한 관세를 최대 50%까지 인상했다.
◇보호무역주의에 글로벌 경제 위축= 전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확산은 글로벌 경제 성장률도 끌어내리고 있다. 세계은행이 최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은 지난해(2.7%)보다 0.1%포인트 낮아진 2.6%로 전망됐다. WTO와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보고서를 통해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인한 무역정책의 불확실성이 세계 무역 성장률 자체를 낮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발 관세 여파는 올해 더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엔은 최근 발표한 ‘세계경제 현황 및 전망 2026’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영향은 2026년에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며 “관세 효과가 시간이 지날수록 누적되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될 경우 성장 하방 압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교역 증가율도 지난해 3.8%에서 올해 2.2%로 크게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경제에 양날의 검이 된 관세=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미국 기업의 국내 복귀(리쇼어링)는 물론 동맹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 확대(프렌드 쇼어링)라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미국 기업들은 빅테크를 중심으로 수조 달러의 투자 약속을 발표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EU와 일본, 한국, 대만의 상호관세를 인하해주는 대신 각각 6000억 달러(약 884조 원), 5500억 달러, 3500억 달러, 5000억 달러의 투자를 약속받았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인 노동자 계층을 위한 일자리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또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 있어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의 주도권을 잃지 않는 한편 취약점이던 제조업의 부활에도 힘이 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위협이 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빅테크의 투자 확대는 전기료 인상이라는 문제를 낳고 있다. 또 관세로 인해 미국인들의 체감 물가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 초기만 해도 미국 경제는 연착륙하는 듯 보였다. 지표상 소비자물가지수(CPI)도 2%대 중후반으로 비교적 안정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던 지난해 1월 5.74%였던 미국의 실효관세율이 지난해 11월에는 21.19%까지 오르는 등 관세 여파가 본격화하자 체감 물가는 악화했다. 관세 인상분이 제품 가격에 본격 반영되면서 서민 경제에 직격탄이 떨어진 것이다. 수입산 부품 의존도가 높은 가전·자동차는 물론이고 커피·과일 등 생필품 가격까지 줄줄이 인상됐다. 트럼프발 관세가 사실상 소비자에 대한 ‘역진세’로 작용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은지 기자, 이종혜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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