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해란 ‘즐거운 날’, 38×51×17㎝, 합성수지, 2025.
호해란 ‘즐거운 날’, 38×51×17㎝, 합성수지, 2025.

‘조각 페스타’ 현장을 돌던 중, 친숙하면서도 색다른 가족상(호해란 작)을 만났다. 단란하면서도 개성적인 동시대 가족이구나 지나치다가 순간적으로 걸음을 되돌렸다. 가족이라는 작은 공동체 이야기에 머물고 있지 않다는 느낌에서다. 포즈나 시선, 옷차림, 패턴 등에서 제각각인 것이 흔한 가족상만은 아니다.

절제된 석재 구조 속에 서정적 서사를 짙게 농축시키며 여운이 긴 작가의 이전 작업과는 다르다. 큐비스트적 지체들의 변형적 재현도 그렇다. 유려한 감각을 바탕으로 했던 것과는 색다르다. 이토록 톤을 강렬하게 높인 경우는 처음인 것 같은데, 상생과 공존이 무너져가는 데 대한 일성이 절실했던 것 같다.

그 행간에는 혈연이든, 이익이든 이웃하면서도, 이질성이 두드러지는 오늘의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도 읽힌다. 차이와 갈등 속에서도 조화로운 상생을 위한 선린우호의 정신과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의 열등감까지도 헤아리라 외치는 듯하다. ‘즐거운 날, 왜들 그래!’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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