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종 논설위원

단식(斷食) 투쟁의 원조로 자주 거론되는 것이 중국 고대 고죽국의 왕자 백이(伯夷)와 숙제(叔齊) 형제의 고사다. 은(殷)나라가 무너지고 주(周)나라가 들어서자 이들 형제는 수양산에 들어가 곡식을 거부하고 고사리만 먹다가 굶어 죽었다는 얘기다. 조선 시대에도 왕이나 왕비 등이 자신의 뜻이 관철되지 않으면 수라와 탕약을 거부하는 방법으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세계적으로도 인권, 독립, 자유 등을 목적으로 단식을 벌여 왔던 사례는 많이 존재한다. 예전에는 단식 투쟁을 하면 강제 급식을 하기도 했지만, 사망사건이 발생하면서 1975년 도쿄선언으로 금지됐다. 그러나 정치선진국인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서는 정치인의 단식 투쟁을 찾아볼 수 없다. 의회가 대화와 타협, 다수결로 이뤄지는 곳이기에 큰 틀에서 합의 정치가 성사되는 만큼 극단 투쟁 방식이 거의 없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정치인의 단식 투쟁이 끊이지 않는다. 1983년 정치활동 금지와 가택연금 철회를 주장하며 김영삼 전 대통령이 벌인 23일간 목숨을 건 단식 투쟁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 문재인 전 대통령, 그리고 이재명 대통령도 단식 투쟁의 기록을 갖고 있다. 가장 긴 단식은 노회찬·심상정 전 의원의 30일간 단식과 강기갑 전 의원의 29일 단식이다. 2023년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는 국정 쇄신을 요구하며 24일간 단식 투쟁을 벌였다. 명목은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등을 내걸었지만, 사실은 자신의 구속을 피하기 위한 투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의사들은 단식 투쟁의 첫 번째 고비는 3∼4일째라고 한다. 이때가 가장 힘들다고 한다. 그러다가 7일쯤부터 적신호가 켜지고 10∼14일은 매우 힘들다. 한계는 70여 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5일부터 단식에 들어갔다. 이유는 통일교 특검 도입이다. 그런데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당 윤리위의 제명 조치에 대한 반발을 모면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정치인의 행동에는 다양한 숨은 의도가 있을 수 있지만, 본말과 경중을 뒤바꿔선 안 된다. 단식은 스스로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행동인 만큼 진정성을 인정받고, 단시간 내에 목적을 달성하는 게 중요하다. 야당은 이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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