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상두 연세대 명예교수
국제질서가 급변하고 있다. 냉전시대 미·소 강대국이 세계를 양분했던 양극체제가 구소련 붕괴 후 미국이 글로벌 패권을 행사한 일극체제로 바뀌었고, 도널드 트럼프는 다극 질서를 추구한다.
트럼프의 다극주의 전략은 러시아·중국·유럽에 최소한의 지역 영향력을 인정해 주고, 나머지 세계 모든 지역의 지배력을 독점하는 것이다. 그는 캐나다와 그린란드의 영토를 탐내고, 파나마 운하와 주한미군 평택기지의 소유권을 원한다. 또한, 팔레스타인의 가자 지구와 북한의 원산을 리조트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등 세계 각지에서 미국의 이익을 관철하려고 한다. 그 대신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영토를 넘겨주고, 중국의 대만 점유를 인정할 수도 있다.
미국이 그린란드에 집착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첫째, 그린란드는 정치적으로는 유럽이지만 지리적으로는 북미대륙에 속한다. 한반도의 10배 크기인 그린란드를 획득하면 미국의 영토가 20% 확장되고, 위대한 미국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둘째, 미국은 덴마크의 요청으로 나치독일의 점령을 막기 위해 군사기지를 설치한 후 현재까지 가지고 있으며, 러시아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최단 경로가 그린란드 경유 노선이다. 셋째, 미국이 중국에 의존하는 희토류, 가격이 폭등하는 금이 다량 매장돼 있다. 러시아와 중국이 북극 개발에 적극 나서고, 지구온난화로 북극항로가 개설되는 상황에서 그린란드는 미국의 북극권 개발 지분을 늘려 줄 것이다.
트럼프는 그린란드 획득을 위해 합법과 불법 양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합법적 방식은 1803년 프랑스로부터 루이지애나를, 1867년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사들인 전례를 따르는 것이다. 미국의 그린란드 매입 시도는 알래스카 매입 직후 150년 동안 모두 6차례 있었다. 트럼프는 1기 때 매입 의사를 밝혔고, 이제는 행동에 나섰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매입에 우선순위를 두지만, 영토 매각 결정에서 주민의 의사가 중요해진 만큼 주민투표를 활용하려 한다. 2009년 덴마크가 독립을 원하는 주민을 달래기 위해 주민투표로 결정할 수 있는 절차를 만든 만큼 주민이 원하면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되거나 괌처럼 미국령이 될 수 있다. 미국은 호의적 여론 조성을 위해 1인당 최대 10만 달러를 제공할 계획이다.
불법적이지만, 섬을 점령하고 미국 영토로 선포하는 방법도 있다. 덴마크는 유엔안보리에 제소할 수 있지만 미국의 비토권이 있고, 나토(NATO)의 자동 개입 조항 발동을 요청할 수 있지만 만장일치 사안이라 미국이 반대할 수 있다. 유럽연합(EU)에도 상호방위조항이 있지만, 실제로 미국에 군사적으로 공동 대응하긴 어렵다. 덴마크 총리는 미국의 군사적 선택은 나토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했다. 미군이 더는 유럽 주둔 기지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동맹에 대한 미국의 안보공약이 약해지면서, 북한의 핵 위협에 트럼프 대통령이 핵으로 한국을 방어해 줄 것이란 확신이 사라지고, 북핵 자강론이 중요해지고 있다. 미국의 강대국 이익 정치는 절대로 일시적 현상이 아닐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임에 나설 수도 있고, 포스트 트럼프로 유력한 J D 밴스 부통령은 트럼프를 능가하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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