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신 정치부 선임기자

군 정보기관인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가 76년 만에 사실상 해체될 운명에 처했다. 1950년 설립된 특무부대를 시초로 방첩부대→보안사→기무사→군사안보지원사를 거쳐 2022년 11월 1일 방첩사로 개명됐다. 방첩사 설립 당시 국군 현역 장교 ‘비밀유출’ 사건 등을 계기로 방산기술 등 군사기밀이 북한·외국군에 유출되지 않도록 사전 예방 활동 조항 등이 신설됐다.

국방부 직속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는 방첩사 해체 및 수사·정보·보안 기능 분산을 골자로 한 권고안을 발표,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안보 수사는 국방부 조사본부 이관, 방첩·방산·대테러 등 정보와 사이버 안보는 민간인 기관장이 관장할 ‘국방안보정보원’, 보안감사와 장성급 인사 검증 지원 등은 신설될 ‘중앙보안감사단’이 맡을 예정이다. 인사 첩보·세평 수집과 동향 조사 폐지 등 기능을 분산시키고, 국방부에 국장급 ‘정보보안정책관’을 신설해 3개 기구 업무를 통제하고, 내외부 통제를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현 중장급 방첩사령관 대신 국실장급 민간인과 현역 대령급 2명 정도가 남게 돼 조직 축소·약화가 예상된다. 방산비리 감시 임무도 사라질 판이다.

방첩사령관이 12·3 비상계엄 핵심에 연루된 걸 계기로, 문민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방첩사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군 방첩 및 군사보안, 쿠데타 방지 ‘(국가)대전복임무’ 수행에 큰 구멍이 생겨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할 수 있다.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은 “방첩은 보안 활동을 통해 드러난 간첩의 흔적을 토대로 수사를 시작해 간첩망을 일망타진하는데, 업무적으로 밀접하게 연관된 보안과 방첩을 인위적으로 분리하겠다는 위험한 발상으로 방첩 기능이 절름발이가 될 것”이라며 “군 내부 적대 세력·간첩·공작 대비 능력 약화, 일선 부대에서 보안·방첩 대응 혼선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국가정보원의 대공 수사권 경찰 이관에 이은 방첩사의 방첩 기능 약화가 국가보안법 폐지 논의 등과 겹치면서 국가안보 체계 전반이 해체·와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방 민주국가들이 국가기밀 보호와 방첩 관련 법제를 지속 강화하는 것과 대조된다. 영국은 공직자비밀엄수법을 운영, 군사·외교·정보 분야의 기밀 유출과 외국 정보기관 협력을 형사범죄로 엄격히 처벌한다. 미국도 간첩법, 국가보안법을 기반으로, 군과 정보기관 내부에서 방첩·보안·기밀 보호는 하나의 체계로 작동한다.

특별자문위는 “정보기관이 수사권을 갖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며 독재·공산국가는 정보·수사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2018년 국회 정보위원회가 82개국 정보·안보기관을 용역 조사한 결과, 미국 연방수사국(FBI)을 비롯한 캐나다, 프랑스 등 52개국(63%)이 수사권을 보유했다. 스위스, 스페인 등 19개국은 조사권이 있으며 영국 MI5, 독일 헌법보호청은 강력한 조사권을 부여받되 체포·구금 시에는 경찰과 공조한다. 한 번 무너진 보안·방첩 체계를 다시 복구하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린다. 검증 안 된 도박은 국가안보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정충신 정치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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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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