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명예교수·헌법학
기어이 강행한 내란재판부法
권력분립 허무는 위헌성 뚜렷
사법권 독립 수호가 중대 과제
헌법과 상식 저버린 法은 악법
법리의 엄격한 적용 더욱 중요
국민 이름으로 판결해야 할 때
새해 출발부터 나라 안팎이 시끄러운데, 지금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환율과 내란재판이다. 환율 상승이 가져올 경제적 부담은 수출 주도국의 앞날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나라 전체를 옭아맨 계엄과 내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국회는 권력분립 원칙과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違憲)이라는 논란에도 기어이 내란전담재판부를 도입했다.
헌법은 사법권이 법원에 속하고, 법원은 대법원과 각급 법원으로 조직되며 이를 법률로 정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헌법은 단지 대법원과 각급 법원이란 조직의 법률주의를 언급할 뿐이다. 특별법원처럼 개별 형사범죄의 재판부와 같은 특별재판부는 입법의 소관이 아니며, 재판부의 구성은 사법 소관이다. 그래서 이런 법률의 내용은 헌법이 요구하는 권력분립 원칙에 반한다.
헌법우위의 원칙과 법우선의 원칙이 적용되는 법치주의에서 권력분립 원칙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것은 역사가 증명하지만, 집중된 권력은 항상 독재를 부르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함으로써 국가를 파멸로 몰아간다. 그래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실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권력분립 원칙이 준수돼야 한다. 그런데 권력분립 원칙의 핵심은 권력 간의 견제와 균형이다.
대한민국헌법은 명시적으로 권력분립을 언급하고 있지 않으나, 국가권력을 입법·행정·사법으로 나눔으로써 권력분립 원칙을 암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의제 민주주의를 채택해 선거로 국민의 대표를 선출한다. 헌법은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에게 국가의 대표라는 지위를 부여하고 국민이 직접 선출하도록 하면서 실질적 권한을 줌으로써 정부 형태가 대통령제임을 천명하고 있다.
입법부인 국회를 구성하는 국회의원도 국민이 직접 선출함으로써 국가의 입법·행정은 선거에 의해 구성된다. 그런데 사법권의 구성원인 법관은 국민이 직접 선출하지 않고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임명된다. 그래서 헌법은 법관에 대해 헌법과 법률에 따라 양심으로 재판할 것을 요구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양심은 법관의 법적 양심이지 일반적인 양심을 말하는 게 아니다.
사법권의 독립은 다른 국가권력으로부터 독립뿐만 아니라 사법 내부로부터 독립 및 국민의 여론 등 각종 외부로부터의 독립을 말한다. 헌법이 사법권의 독립을 보장하는 핵심은 재판의 공정성을 담보해 민주 사법을 실현하라는 것이다. 사법권의 독립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공정하고 정당한 재판을 통해 인권을 보장하고 질서를 유지하며 헌법을 수호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법률가들은 사법권의 독립이 입헌주의와 법치국가의 초석이고 민주적 법치국가의 가장 중요한 통치 구조적 징표의 하나라고 했다.
법은 상식에 기초해야 한다. 이는 영국 보통법의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상식에 기초하지 않은 법은 악법이다. 아니, 악법은 이미 법이 아니다. 오늘날에는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 법이 악법이다. 악법으로는 법적 양심을 지킬 수 없다. 그러나 정상적인 정당한 법이라면 법관은 법적 양심으로 재판해야 한다. 일반 국민도 이해할 수 있는 상식에 기초한 재판을 해야 한다.
재판은 법관이 하지만, 재판에 권한을 부여한 것은 헌법이고 헌법을 만든 주권자는 국민이다. 그래서 독일은 ‘국민의 이름으로 판결한다’는 문구를 모든 판결문의 첫 장 상단에 명기한다. 사법이 현실과 타협하면 재판은 도구로 전락하게 된다. 사법이 정의를 추구하는 법의 정신을 경시하면 부메랑이 돼 그 대가를 치르게 돼 있다. 그런 만큼 법관은 재판에서 법적 양심으로 헌법과 법률을 해석하고 적용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 사법은 역사 앞에서 헌법으로부터 부여받은 책무를 통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에 서 있다. 사법은 재판에서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고 헌법과 법률에 따라 법리를 엄격하게 적용함으로써 헌법이 독립을 보장하는 이유를 보여줘야 한다. 재판에서 법관의 법적 양심은 법적 신뢰와 법치의 존속을 위한 바로미터이다. 법관이 법적 양심을 저버리면 법치는 무너지게 된다. 사법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마지막 보루다. 법은 권력의 도구가 아니며 정의를 추구하는 지침이어야 한다.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1
- 좋아요 1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