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리밖 노동자’ 보호입법 착수
현재 분쟁시 스스로 노동자 입증
사용자가 노동자성 입증하게 해
故 오요안나도 보호대상 포함돼
노동자 추정제 민사영역에 한정
정부가 이재명 대통령을 향한 노동계의 두 번째 청구서로 불리는 이른바 ‘권리 밖 노동자 보호법’ 입법에 본격 착수했다. 근로기준법에 ‘노동자 추정제’를 도입해 퇴직금·해고 등 분쟁 시 노동자성 입증 책임을 사용자(노무 수령자)에게 지우고,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을 통해 플랫폼노동자의 안전·건강권 등도 법적 테두리에서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노동자 추정제’ 도입= 정부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주 52시간제, 퇴직금, 주휴수당, 4대 보험 등을 보다 쉽게 적용받을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한다. 현행 제도에서는 노무 제공자(노동자)가 임금 체불 등 분쟁으로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할 경우 스스로 노동자임을 입증해야 한다. 계약서 등을 통해 노동자성이 명확하게 인정되지 않으면 노동청이나 법원은 사업자의 손을 들어 줬다. 노동자 추정제가 도입될 경우 타인에게 노무를 제공했다면 일단 노동자로 판단된다. 사업자가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노동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직접 반증해야 한다.
예를 들어, 2024년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사망한 기상캐스터 고 오요안나 씨는 근로기준법 보호대상에 해당되지 않았는데, 노동자 추정제가 도입되면 노동자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는 또 노무 제공자와 사업자 사이의 정보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노무 제공자가 분쟁을 신고할 경우 고용노동부 감독관이 사업자에게 계약서와 출퇴근 정보 등 노동자성을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다만 노동자 추정제는 민사 영역에만 한해 도입된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동청 진정 사건은 근로감독관이, 형사 사건은 검찰이 노동자성을 판단하는 구조라 입증 책임이 수사기관에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 이 법은 노동자 추정제를 통해서도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장치다. 최대 860여 만 명으로 추산되는 프리랜서·특수고용·플랫폼종사자의 법적 보호를 두껍게 하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적용 범위는 사용자와 근로계약을 맺은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직접 계약을 맺지 않는 플랫폼종사자는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없다. 노동부는 “플랫폼 등의 발달에 따라 과거 공장·회사에 출근하는 형태의 근로가 아닌 다양한 노무 형태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법”이라고 밝혔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모든 일하는 사람의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 공정한 계약 체결 및 적정 보수 등을 보장받을 권리, 사회보장적 권리 등 8가지 권리를 명시한다. 사업주는 균등 처우와 성희롱·괴롭힘 금지, 안전·건강 등 노동자의 기본적 인권과 사회보험·모성보험 등 사회보장적 권리 보장에 노력해야 하고, 국가는 이를 지원하도록 규정한다.
노동부는 국회와 협의해 오는 5월 1일 노동절에 맞춰 두 법을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김태선·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안과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 용어설명
◇특수고용노동자(특고)=사업자 등록을 했지만, 실질적으로 특정 사업주에 종속돼 노무를 제공하는 자. 보험설계사, 건설기계 운전사, 학습지 교사, 캐디와 방송작가 같은 프리랜서 등이 대표적.
◇플랫폼노동자= 플랫폼을 통해 일감을 얻는 노무 제공자. 수수료·배차·평점 등 플랫폼 규칙에 의해 근무 조건과 수익 구조가 좌우된다. 배달 라이더, 대리운전 기사, 택배 기사 등이 해당된다.
◇권리 밖 노동자= 특고·플랫폼노동자 등을 포괄하는 개념. 2025년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특고는 57만 명으로 조사됐고, 2023년 기준 사업소득세 원천징수 대상자는 862만 명이다.
정철순 기자, 김린아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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