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께하는 ‘감사편지 쓰기’ 연중 캠페인
교육감상 - 서일고 1학년 이예은
안녕, 비야. 오늘도 너는 조용히, 하지만 분명히 세상에 내려오고 있겠지? 나는 가끔 생각해. 너는 참 대단하다고 말이야. 너는 꽃과 풀에게 물을 건네서 그들이 더 건강하게, 더 푸르게 자라도록 도와주잖아.
그리고 땅에게도 너는 늘 너그럽게 다가가. 마른 흙이 목말라할 때, 넌 조용히 스며들어 그 갈증을 달래주지. 그래서 땅은 더 많은 생명을 품을 수 있고 나무도, 열매도, 사람도 숨 쉴 힘을 얻는 거야. 그렇게 아무 말 없이, 묵묵히 모든 걸 지켜내는 너의 모습은 정말 대단해 보이거든.
그런 너는 가끔 나에게도 찾아오잖아. 내 마음이 메마를 때, 갑자기 네가 내려와서 나를 위로해 주는데 네 빗방울 소리는 어쩐지 나지막한 노래처럼 들려.
어렸을 땐 친구들과 놀다가 네가 찾아오면 툴툴거리다가도 너와 함께 장난치며 더 즐겁게 놀 수 있었어. 네 덕분에 더 특별한 추억이 되었지. 지금도 마찬가지야. 매일 똑같은 일상을 보내다 네가 찾아오면 무언가 색다른 기분이 들고, 추억에 잠기게 돼. 그럼 내 머릿속도 환기가 되고, 기분이 한결 좋아지거든.
언제는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던 날이 있었어. 아마 코로나가 한창 유행하던 때였을 거야. 속상하고 외로운데 부모님은 바쁘시고, 친구들도 만날 수 없었어. 며칠이 흘렀을까? 그렇게 멍하니 있는데, 갑자기 ‘투둑!’하고 네 소리가 들리는 거야. 아무 생각도 들지 않던 내 머릿속에 문득 네가 떠올랐어. 가슴이 괜스레 두근거리던 거 있지.
너는 내 심정을 알았을까? 아니. 절대 몰랐겠지. 내가 잊고 있었던, 꽤나 오래된 설렘이었어. 모든 게 의미 없다고 느껴지고, 아무 행동도,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을 때. 그때 네가 찾아온 거야. 네 소리를 듣자마자, 잊고 지냈던 기억이 불쑥 올라왔어. 비를 맞으며 놀던 어린 시절이. 물론 지금은 그때만큼 신나게 놀 순 없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해. 네 덕분에 동심으로 돌아가 다시 웃을 수 있었다고 말이야.
그래서 나는 비, 너에게 고마워. 너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그저 세상과 사람들에게 필요한 걸 주고 갑작스레 찾아와 마음을 적셔 주잖아. 너는 언제나 나를, 아니 우리를 그렇게 다시 일으켜 세워줘. 마치 지친 마음까지 씻어내고 다시 피어나게 하는 것처럼.
나도 너처럼 누군가에게 작은 힘이 되어 주고 싶어. 누군가의 마음이 메마르고 지칠 때, 내 한마디, 내 작은 행동이 그 마음에 스며들기를. 그래서 이따금 힘들어하는 사람이 보이면 조심스레 물어봐. 뭐가 힘든지, 왜 힘든지. 내가 해결해 줄 순 없더라도, 그 사람은 내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하더라고.
네 덕분에 알게 됐어. 힘든 사람에게는 때로 해결책보다 그저 ‘들어주는 마음’이 더 큰 위로가 된다는 걸. 맞아, 넌 늘 그래 왔잖아. 직접 해결해 주진 않지만, 조용히 곁에서 들어주고 위로해 주고 다시 나아갈 힘을 주는 존재.
비야,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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