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재집권 1년 美 어디로 가나 - <3> 돈로주의, 韓 이중위협으로<끝>
트럼프 서반구 중요성 줄곧 강조
마두로 체포·그린란드 병합시도
2차대전후 국제질서마저 흔들어
中견제 위해 주한미군 유연화땐
한반도 안보에도 큰 부담 작용
美의 아시아 영향력 최저치 추락
워싱턴 = 민병기 특파원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은 ‘돈로주의’로 구체화됐다. 서반구(아메리카 대륙과 그 주변)에 대한 다른 대륙의 개입을 배제하고 미국도 다른 갈등에 관여하지 않는 ‘먼로주의’의 트럼프 버전이다.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등을 통해 미국의 앞마당에서 영향력을 키우려는 중국을 막기 위한 의도로 해석되지만,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등 동맹과 갈등도 불거졌다. 돈로주의로 인해 기존 국제 질서가 흔들리고 전 세계가 다극화(多極化)해 동북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돈로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대통령이 서반구와 중국 억제에 집중하기 위해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하고, 주한미군의 유연성을 키울 경우 한국에는 ‘이중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마당에 집중하는 트럼프의 ‘돈로주의’= 트럼프 대통령의 돈로주의는 취임 직후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조짐을 보이더니 지난해 12월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에서 서반구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강조하며 공식화됐다. 이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의 체포·압송 작전,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대한 노골적인 병합 시도까지 이어지며 제2차 세계대전 후 형성된 국제 질서마저 흔들리고 있다.
미국은 NSS를 통해 “수년간 방치된 서반구에서의 우위를 회복하겠다”며 “서반구 내 긴급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 미군 배치를 재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비(非)서반구 경쟁국들은 (미국에) 경제적 불이익을 주고 미래 전략적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우리 반구’에 크게 침투해 왔다”면서 “이를 심각한 저지 없이 허용하는 전략적 실수를 저질렀다”고 했는데, 여기서 비서반구 경쟁국은 중국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인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석좌교수는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최우선 과제가 서반구이지만, 두 번째가 중국 견제”라고 강조했다. 다만 마두로 대통령 체포·압송 작전이 ‘국제법 위반’ 논란을 빚은 것은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도덕적 우위에 타격을 줬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그린란드를 둘러싸고 80년 역사를 지닌 대서양 동맹이 위태로워질 정도로 유럽 국가들과 갈등이 터져 나오는 상황에 대해서는 공화당 내부에서마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아시아 지역에서 영향력 하락하는 미국= 서반구에 집중하는 트럼프의 돈로주의는 유럽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호주의 로위연구소가 발표한 2025년 아시아 파워지수(Asia Power Index)에서 미국은 2024년보다 1.2점 하락한 80.5점을 기록했다. 이는 2018년 조사가 시작된 뒤 가장 낮은 점수이다. 로위연구소는 “미국의 가장 취약한 지표는 외교적 영향력(diplomatic influence)으로,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글로벌 및 지역 외교 정책 리더십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아시아 파워지수는 73.7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점 상승해 지역 내 두 번째로 높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여전히 미국이 중국보다 아시아 지역에서 영향력이 크지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1년 사이 격차는 9점에서 6.8점으로 25%가량 줄었다. 특히 중국은 외교적 영향력 부문에서 4.3점 상승한 97.7점을 기록, 역대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다.
◇돈로주의가 한국에 가하는 이중 위협=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수차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한 상황과 맞물려 서반구에 집중하는 돈로주의가 북핵 용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마두로 압송 작전을 지켜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을 갖지 못한 반미 국가 정상의 비참한 말로를 또 한 번 확인하고 핵무력 고도화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여기에 주한미군의 역할을 한반도에 국한하지 않고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확장하는, 이른바 전략적 유연성 강화까지 겹칠 경우 한국 안보엔 이중 위협이 될 수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한국 등 동맹국에 더 많은 안보 역할 분담을 요구하는 한편 미군의 글로벌 태세 조정 검토에 나서며 주한미군 감축·재배치 또는 역할 조정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케빈 김 주한미국대사대리는 지난해 “궁극적으로 중요한 건 한반도, 그리고 인도태평양 지역 억지력을 강화하고 평화와 안보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공동의 도전 과제를 무엇보다도 한반도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함께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해 12월 평택 주한미군기지에 주둔해 있던 미국 육군 1개 비행대대가 운용중단(deactivate)된 것을 두고 2만8500명 규모인 주한미군 병력의 ‘순감’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민병기 특파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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