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2%대 예·적금 저금리에 탈출

주식보다 안전한 대안으로 각광

5대은행 MMDA잔액 54조 급감

 

하나證, 6일만에 발행어음 완판

IMA, 만기시 원금지급 약속구조

국내 1호 상품, 한달새 1조 몰려

둘다 예금자보호 적용안돼 주의

직장인 김모(45) 씨는 최근 만기가 돌아온 예금 3000만 원을 은행에 재예치하지 않고 증권사 계좌로 옮겼다. 은행 예·적금 금리가 연 2%대에 머무는 상황에서 수익률을 조금이라도 높이면서도 주식 투자보다는 안전한 대안을 찾다가 증권사 상품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김 씨는 “주식에 바로 투자하긴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예금에 묶어두기엔 수익률이 너무 낮아졌다”며 “증권사 발행어음이나 종합투자계좌(IMA)에 넣어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새해 들어 은행 예·적금에 머물던 자금이 증권사로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본격화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잔액은 619조4791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말과 비교하면 54조5293억 원이 급감한 수치다. 새해 첫 영업일인 2일에는 단 하루 만에 15조5000억 원이 은행에서 빠져나가기도 했다. 다만 이 자금들이 곧바로 주식 매수로 직행한 것은 아니다. 증권사들은 발행어음과 IMA를 앞세워 ‘수신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모습이다.

우선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기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단기성 채무상품이다. 은행 예금처럼 예금자보호는 적용되지 않지만, 증권사가 보유한 자기자본을 기반으로 발행된다는 점에서 일정 수준의 신용도를 전제로 한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공모채 발행보다 절차가 간소하고 자금 조달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 핵심적인 조달 수단으로 활용된다. 발행 한도 역시 자기자본의 최대 두 배까지 허용돼 있어, 자본 규모가 큰 증권사일수록 조달 여력이 크다.

실제 상품 흥행도 이어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이 새해 첫 상품으로 내놓은 ‘하나 THE 발행어음’은 출시 6영업일 만인 16일 당초 목표했던 3000억 원 한도를 모두 채우며 판매를 조기 종료했다. 신규 고객 대상 연 3.6%의 특판 금리가 자산가들의 관심을 끌었다는 평가다. 앞서 키움증권 역시 연초 3000억 원 규모 특판을 일주일 만에 완판시킨 바 있다.

그동안 발행어음 시장은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KB증권 등 대형 4개사가 주도해왔지만, 최근 키움증권에 이어 하나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이 가세하며 본격적인 ‘7강 체제’로 재편됐다. 여기에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도 금융당국 인가 심사 단계에 있다. 이들까지 합류할 경우, 발행어음 시장은 연내 최대 9개 증권사가 경쟁하는 다자 구도로 확대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신규 사업자들의 진입이 이어지며 금리 수준뿐 아니라 만기 구조, 수시입출금 여부 등 상품 설계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더 큰 변화의 중심에는 IMA가 있다. IMA는 고객 예탁금을 기업대출, 인수금융,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기업금융 자산에 투자해 발생한 수익을 배분하는 실적배당형 상품이다. 다만 만기 시 원금 지급을 약속하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예금자보호는 적용되지 않지만, 증권사의 신용을 전제로 원금을 보전받을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되며 보수적인 자금까지 흡수하고 있다.

자기자본 8조 원 이상 증권사만 취급할 수 있는 IMA는 출시 직후부터 ‘오픈런’ 양상을 보였다. 국내 1호 상품인 한국투자증권 IMA 1호는 총 1조590억 원 규모로 모집이 마감됐고, 이 가운데 개인 투자자 자금만 약 8600억 원에 달했다. 참여 투자자는 2만 명을 웃돌았으며, 1인당 평균 투자액은 약 4300만 원으로 집계됐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1호 IMA 상품으로 1000억 원을 모집했는데, 모집 과정에서 4800억 원이 몰리며 수요를 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출시 한 달 만에 IMA 상품으로 유입된 자금만 1조 원을 넘어선 셈이다.

전문가들은 발행어음과 IMA가 매력적인 재테크 수단인 것은 분명하지만, 은행 예금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리스크와 세금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가장 큰 차이점은 예금자보호 적용 여부다. 은행 예금은 금융회사가 파산하더라도 1억 원까지 보호받지만, 발행어음과 IMA는 보호 대상이 아니다. 발행어음은 발행사의 신용에, IMA는 증권사의 지급 여력에 원금 상환이 달려 있다. 우량 증권사라 하더라도 극단적인 위기 상황에서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되지는 않는다.

고액 자산가라면 세금 문제도 따져봐야 한다. 최근 세법 시행령에 따라 IMA 수익은 배당소득으로 분류된다. IMA 수익을 포함해 연간 이자·배당소득이 2000만 원을 넘을 경우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돼 최고 49.5%의 세율이 적용될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이탈 자금이 증권사로 향하는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면서도 “단순히 금리 숫자만 볼 것이 아니라, 자금의 성격이 안정 추구인지 중수익 운용인지에 따라 상품을 고르고 세금 유불리까지 함께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정경 기자
박정경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