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 이진영 신한패밀리오피스 반포센터 팀장

2026년 자산시장은 더 이상 ‘어디가 가장 오를 것인가’를 맞히는 시장이 아니다. 이제 성과를 좌우하는 것은 ‘어떤 자산에, 어떤 통화로, 얼마나 노출돼 있는가’ 하는 포트폴리오의 구조다. 글로벌 유동성 변화, 통화정책 전환, 지정학적 긴장이 동시에 작동하는 환경에서는 특정 국가나 섹터에 대한 단일한 베팅보다 자산·통화·지역을 함께 고려한 분산 구조가 중요해지고 있다.

미국은 여전히 글로벌 자본시장의 중심이다. 인공지능(AI)을 축으로 한 기술혁신은 수년간 시장을 이끌어 왔고, 2026년에도 그 영향력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AI 섹터 내부에서도 주도주는 계속 바뀌고 있으며, 빅테크에만 집중한 포트폴리오는 변동성에 취약할 수 있다. 금융, 바이오, 방산 등 미국 내 다른 성장·안정 섹터를 함께 담는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재정적자 확대와 관세 정책,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교체 이벤트 등은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변수다. 미국 주식을 성장 축으로 유지하되, 장·단기 미국 국채를 병행하는 구조는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

비미국 자산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한국 시장은 반도체, 방산, 조선, 전력 인프라, 로봇 등 전략 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수혜를 동시에 받고 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왔지만 기업 실적 개선과 정책적 지원이 이어지면서 재평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 역시 무역흑자와 금융시장 개방, 위안화 정책 조정을 병행하며 글로벌 자본을 유치하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AI와 로봇 분야의 기술 경쟁력도 강화되고 있으며, 위안화 강세 국면에서 증시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였던 경험도 참고할 만하다.

자산 배분에서 통화 분산 역시 중요한 요소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 통화정책뿐 아니라 엔화와 위안화, 그리고 한국의 성장률과 교역 구조가 함께 반영된 결과다. 따라서 달러 자산은 단기 환율을 예측하기보다 중장기 통화 분산 관점에서 분할 접근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수로 작동하는 환경에서는 금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국방비와 재정지출 확대는 통화가치 하락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금은 이러한 통화·정치 리스크를 동시에 완충하는 자산이 될 수 있다.

결국 2026년의 투자전략은 미국을 중심으로 하되,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자산을 균형 있게 배치하고 달러와 비달러 통화, 금을 함께 활용해 변동성에 대응하는 다층적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데 있다. 특정 시장을 맞히기보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자산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높이는 구조를 먼저 설계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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