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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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고민

팀장급 중간 관리자입니다. 팀을 이끌어야 하지만 권한은 충분하지 않고, 늘 위와 아래 사이에서 애매한 위치에 서 있습니다.

팀원들은 강단 있게 이끌면 힘들다고 불만을 드러내고, 이해해주면 제 판단을 건너뛰어 일을 진행합니다. 거리를 두면 상사가 팀 분위기를 문제 삼고, 개입하면 팀이 흔들립니다. 어떻게 해도 답이 없는 느낌입니다. 점점 지치고, 제가 관리자로서 자질이 없는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A : 중간 관리자 역할은 조직의 통합… 무력감 갖지 말길

▶▶ 솔루션

중간 관리자는 불완전함을 없애는 사람이 아니라 불완전함을 견디며 조직을 유지시키는 사람입니다. 실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분들 중 상당수가 신입사원보다는 팀장급, 즉 중간 관리자입니다. 두 명 이상의 팀을 책임져야 하지만, 성과와 보상, 결정권은 제한적인 자리입니다.

이 위치의 핵심 정서는 ‘애매함’입니다. 이 애매함은 인간을 가장 빠르게 지치게 만드는 심리적 조건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흔히 우울이나 번아웃이 잘못된 선택으로부터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본 환자분들 중 단 한 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어려움에 빠지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가장 지쳐 있는 환자분들의 고통은 대부분 ‘선택할 수 없는 상태’가 오래 지속되는 것에서 비롯돼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선택은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고르는 과정이 되기 쉽습니다. 그리고 이 구조는 중간 관리자에게서 극명하게 드러나게 됩니다. 중간 관리자는 서로 다른 성격과 능력을 가진 많은 사람을 이끌며 성과를 내야 합니다. 이를 완벽하게 수행하려면 그에 맞는 완벽한 권한이 필요합니다. 일을 언제 시작하며 언제 끝낼지, 구성원에 대한 보상과 페널티를 어떻게 설정할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어디까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을지 등의 폭넓은 권한 말이지요.

자책하기 전에 인간의 장기 중에서 가장 애매하고 추상적 요소들을 담당하는 뇌를 들여다봅시다. 인간의 정신은 생존, 감정, 사고가 얽힌 복잡한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완벽한 통제가 아니라 충돌 속에서도 유지되는 통합입니다. 오류와 모순마저도 데이터의 일부로 통합하는 이 구조 덕분에 인간의 정신은 각각의 영역의 수많은 충돌 속에서 생존에 도움되는 데이터만을 추려서 하나의 조직을 운영할 수 있게 됩니다.

중간 관리자의 역할이 바로 이와 같습니다. 불완전함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애매하고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개개인을 통합시켜 조직력과 운동성을 유지해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것입니다. 중간 관리자는 불완전함을 없애는 사람이 아니라 불완전함을 견디며 조직을 유지하는 사람입니다. 팀이 완벽하지 않습니까? 충돌과 불만이 끊이지 않습니까? 그럼에도 조직이 아직 유지되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입니다.

권순재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정보이사·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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