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이나테크 역습, 방파제 없는 한국 - <중> 안방 점령 가속화하는 역설 정책
국내제품 비중은 34%에 불과
대표 상품 OLED TV의 경우
환급 대상에 하나도 포함안돼
업계 “내수 방어 불리” 볼멘소리
中은 ‘이구환신’ 정책 등 통해
자국 기업 판매량 늘리기 총력
정부가 구매 금액의 10%(1인 최대 30만 원)를 보조하는 ‘으뜸효율 가전제품 환급사업’을 재개한 가운데, 환급 대상 TV 10대 중 6대 이상이 중국산 제품인 것으로 분석됐다. 내수 진작 차원에서 286억 원에 달하는 국민 세금을 투입했지만, 역설적으로 차이나테크의 안방 점령 가속화를 위해 레드카펫만 깔아준 꼴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철저하게 자국 기업에 유리하게 설정된 중국의 소비촉진 정책 ‘이구환신’(以舊換新·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지원)과 달리 정책적 방파제가 부재한 국내에 한국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보호장치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21일 문화일보가 해당 사업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된 1만3546개 환급 가능 대상 TV 모델(구매·렌털 포함)을 전수 조사한 결과, 61.2%(8289개)가 저사양 LCD 패널이 탑재된 TCL 등 중국 가전 브랜드 및 중국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품인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국내 대표 가전 기업인 삼성전자·LG전자의 합산 비중은 34.4%(4669개)에 그쳤다. 특히 최고급 사양이 적용된 대표 제품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는 환급 가능 대상에 하나도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가 저전력 가전 확산 취지로 환급 대상을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으로만 한정하면서 LCD 대비 월등한 화질을 갖춘 OLED(효율 3∼4등급)가 선택권에서 배제된 것이다. 실제로 OLED 패널이 탑재된 보급형 100만 원대 삼성전자의 ‘2025 OLED SF85’와 LG전자의 ‘LG 올레드 에보’(이상 55인치)의 경우 환급 대상에서 제외됐으나 중국 HKC가 제조한 300만 원대 초대형 85인치 LCD TV는 환급 제품군에 포함되기도 했다.
전날 정부는 TV 구매자에게 돌아간 총 환급액이 286억1200만 원이라고 밝히면서 국내 가전 기업의 매출 확대와 전력 절약 효과까지 얻었다고 자찬했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선 이번 정부 사업과 이구환신을 비교하며 “한국 기업의 내수 방어에 불리하게 설계된 정책”이라는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은 이구환신에 따라 자국민이 스마트폰을 사면 6000위안(약 127만 원) 이하 제품에 대해서만 보조금이 지급된다. 애플의 아이폰 프로 등 외산 제품은 기준 가격을 뛰어넘는 경우가 많아 자연스럽게 오포·화웨이 등 자국 기업의 판매량이 늘어나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TV 원가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LCD 패널은 국내 업체들이 손을 떼면서 전량이 중국에서 생산된다”며 “정부가 중국산 LCD TV 제품을 사라고 10% 할인 쿠폰을 제공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중국 테크 기업들의 한국 소비자 직접 공략을 위한 안방 상륙도 본격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월 한국에 법인을 설립하고, 6월 서울 여의도에 첫 직영점을 개장한 샤오미는 지난 1년간 총 6개로 매장 수를 늘렸다. 또 용산에 ‘익스클루시브서비스센터(ESC)’를 마련, 그간 중국 가전 브랜드의 약점으로 꼽혔던 제품 수리·배송 등 애프터서비스(AS)도 대폭 강화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산 가정용 전자제품의 2024년 수입액은 49억7250만 달러(약 7조3500억 원)로, 10년 전보다 2배가량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유럽연합(EU)은 강력한 관세 장벽으로 중국산 가전을 규제하고 있다”며 “한국판 IRA의 조속한 도입 등을 통한 정책적 방파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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