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는 코를 골며 꼬리를 탁탁 친다/ 단 하나의 승리만 있다면 사랑을 골라야지/ 나는 두 개의 잠 사이에 끼어든다/ 황금빛으로 가만가만 손을 포개는 시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방식으로 태어나는 우주를 보고 있다
- 곽은영 ‘불한당들의 모험 68’(시집 ‘퀸 앤 킹’)
숙면은 나의 자랑이요 건강의 비결. 불면이란 있을 수 없고, 그러니 이해도 할 수 없었다. 베개에 머리만 얹으면 자는 사람, 한 번 잠들면 업어가도 모르는 사람, 그게 나다. 아니, 나였다. 과거형인 까닭은 더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침대에 누워 숫자를 세거나, 감았던 눈을 떠 천장에 어린 어둠의 무늬를 살피기 시작한 것이 언제부터였을까. 뒤척이다 일어나 멍하니 소파에 앉아 있거나, 책상 앞에 앉아서 턱을 괸 채 상념에 빠지는 일이 처음에는 좋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면의 질이 떨어지자 몸으로부터 이상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이런저런 조언에 따라 커피를 줄이고 따뜻한 물을 마시고 침구류를 바꾸거나 멜라토닌을 먹고 수면의 양과 질을 측정해주는 앱도 깔아보았다. 별 소용이 없었다. “걱정 때문에 그래.” 수년간 불면에 시달렸다는 선배가 일러주었다. “몸에 힘을 빼고 애써 좋은 생각을 해보렴. 몸이 따뜻해지고 잠이 올 거야.” 에이 설마, 의심하면서도 당장 밤에 침대에 누워 나는 몸에 든 힘을 빼보려고 했다. 즐거웠던 기억, 오늘 있었던 우스운 일, 내일의 기대를 떠올렸다. 문득,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났다. 작지 않은 사업체를 운영하던 그는 밤이 되면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 그 속끓임을 이제는 이해한다. 막막하고 팍팍한 내일에 대한 걱정이었을 것이다. 눈두덩이 뜨거워지고 눈물이 흘렀다.
이제 나는 썩 잘 자는 사람이 아니게 되었다. 그래도 밤마다 좋은 생각을 하려 노력한다. 설령 잠이 오지 않더라도. 옆에 잠든 아내의 새근새근 숨소리에 기대 좋을 일들을 생각하면 어느새 다음 날의 볕이 든다. 그래도 살아볼 만하지 않은가, 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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