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구 문화부장

며칠 전 그룹 소녀시대 출신의 배우 서현이 3월 13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회에 바이올린 협연자로 나선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반가웠다. 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전문 연주자가 아닌 단원들로 구성된 악단으로, 클래식의 대중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바이올린을 배운 지 5개월밖에 안 됐다는 서현이 무대에 올라 비토리오 몬티의 ‘차르다시’를 협연한다고 하니 그 담대한 도전정신과 용기에 미소가 지어졌다. 서현은 “전문 연주자의 완벽함보다 음악을 즐기는 사람의 열정을 보여드리겠다. 저의 도전을 통해 많은 분이 클래식을 더 가깝게 느끼고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곧바로 다른 한쪽에서 불만과 원망의 시선이 불거졌다. 연습 5개월 만에 연주 무대라니 ‘연예인 특혜’라는 주장이었다. 그러자 유명 짝짓기 프로그램인 ‘나는 솔로’에 출연했던 13기 정숙이 “뭐가 문제냐”고 일침을 날렸다. 그는 현재 음대 교수이면서 오르가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13기 정숙은 SNS에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애초 오케스트라도 아마추어이고 서현도 무대에 서느라 그 성격에 연습을 얼마나 많이 하겠나”라며 “서현의 티켓 파워로 인해 롯데콘서트홀에 처음 가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 그게 클래식의 대중화가 아니면 뭐냐”고 소신껏 발언했다. 이어 “우리가 하는 음악만 로열하고, 정석의 코스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건 상당히 시대착오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3기 정숙의 용기 있는 지적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방송 프로그램으로 얼굴이 노출돼 공격당하기 쉽고, 보수적인 클래식계의 눈총도 신경 쓰일 텐데 자기반성과 포용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냈기 때문이다. 이른바 로열 클래스와 순혈주의가 남아 있는 클래식계에 긴장과 각성을 촉구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남들 눈치 보지 않고 용기 있게 행동한 사람은 또 있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2’에 출연해 화제가 된 후덕죽 셰프다. 후 셰프는 58년 중식 경력의 76세 현역으로 말 그대로 살아 있는 전설이다. 신라호텔의 중식당 ‘팔선’을 40여 년간 이끌었고, 고급 중화요리인 불도장을 국내 처음 소개한 명장이다. 그런 그가 허드렛일을 마다하지 않으며 후배들과 공정하게 경쟁하고 배려하는 모습에 많은 시청자가 존경과 환호를 보냈다. 경험이나 권위에 기대지 않는 그에게 ‘후덕죽식 사고’나 ‘진짜 어른’이라는 찬사를 붙였다.

지난해 대한불교 조계종 템플스테이에는 35만 명이 방문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조계종이 종교적 엄숙주의에서 벗어나 ‘나는 절로’ 프로그램으로 사람들에게 적극 다가간 덕분이다. ‘나는 절로’를 기획했던 묘장 스님은 불교에서 스님들이 남녀 만남을 주선하는 게 경박하다고 보는 이들에게 “부처님도 소유에 얽매인 사람(재가)과 소유에서 떠난 사람(출가)을 구분해서 가르쳤다. 출가자에겐 엄격하지만, 재가자에겐 너그럽다. ‘나는 절로’는 재가자 세계의 자연법칙에 순응한 것이니 부끄러울 게 없다”고 했다. 그렇다. 무언가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일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손가락질받을 것도, 격에 떨어질 것도 없다.

김인구 문화부장
김인구 문화부장
김인구 기자
김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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