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호 논설고문
인간을 닮은 로봇인 휴머노이드는 더 이상 공상과학소설 속 주인공이 아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새해 벽두 ‘뉴 아틀라스’를 선보이면서 난리가 났다. 현대차 주가는 보름 만에 70% 넘게 치솟았다. 시가총액이 110조 원을 돌파하면서 사상 처음 3위를 차지했다. 휴머노이드 한 대가 매년 750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보다 수십 배의 충격파를 던졌다. 현대차도 슬그머니 자동차에서 휴머노이드 쪽으로, 홍보의 무게중심을 옮기려는 눈치다.
한동안 휴머노이드의 절대 강자는 일본 혼다의 아시모였다. 2000년 처음 등장한 이후 이족보행과 놀라운 균형 감각을 뽐내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혼다는 2018년 아시모를 공식 은퇴시키고 개발팀도 해체했다. 낮은 실용성에다 상용화까지 갈 길이 너무 멀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대차는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2020년 과감하게 9억2100만 달러를 쏟아부어 미 벤처기업인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한 것이다. 현대차는 불과 5년 만에 시가총액이 인수 대금의 40배 가깝게 늘어나는 대박을 터뜨렸다.
아틀라스는 돈보다 더 중대한 이슈를 몰고 왔다. 이제 휴머노이드는 점프나 공중제비돌기, 넘어져도 곧바로 일어나는 균형 감각을 뽐내는 차원을 넘어섰다. 아틀라스는 관절을 360도 자유롭게 움직이며 인간이 취할 수 없는 온갖 자세로 완벽히 작업을 수행해 냈다.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을 장착해 어떤 새로운 작업이라도 하루이틀 만에 학습을 마쳤다. 거추장스러운 유압 호스도 사라져 100% 전기식으로 움직이고, 배터리 자가 교체 시스템으로 24시간 무인 가동이 가능하다. 50㎏까지 무거운 짐도 곧바로 들어 올릴 수 있다.
가장 큰 충격은 아틀라스 가격이 13만 달러 수준이고, 공장 근로자를 대체하면 2년 만에 모든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휴머노이드는 화려한 묘기자랑이 아니라, 얼마나 효율적이고 경제적으로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수 있는지로 평가받는 시대가 됐다. 현대차는 이런 ‘게임 체인저’ 아틀라스를 2028년부터 매년 3만 대씩 양산해 공장에 투입하기로 했다. 휴머노이드가 노동자를 대체하는 건 시간문제로 남았다. 어느새 일자리 소멸, 고용의 종말이라는 엄혹한 현실이 코앞에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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