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훈 연세대 겸임교수, 전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부는 지난해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법무부 장관 소속 공소청 및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 중수청을 설치키로 한 데 이어, 지난 12일에는 공소청법안과 중수청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 했다.
공소청법안은 검사의 직무를 공소제기 여부 결정 및 공소유지, 영장청구, 특별사법경찰 수사지휘감독, 사법경찰과의 수사협의 등으로 제한했다. 중수청법안은 수사대상을 부패·경제·마약 등 9개 중대범죄로 정하고, 범죄수사는 변호사 자격이 있거나 전직시험에 합격한 전문수사관으로 구성되는 수사사법관과 7급 이상의 전문수사관이 맡고, 8·9급 전문수사관은 수사보조를 하도록 했다. 수사사법관 및 전문수사관은 수사개시 시 공소청 검사에게 통보함을 원칙으로 하고, 검사와 상호 의견 제시 및 협의 요청을 할 수 있으며, 중수청장 및 지방중수청장의 지휘감독을 받도록 했다. 행안부 장관은 중수청장과 소속 직원에 대한 일반적 지휘감독권과 중수청장에 대한 구체적 지휘감독권도 갖는다.
이 정부안(案)에 대해 여권 강경파는 중수청에 수사사법관을 둔 것은 ‘제2의 검찰’을 만든 것으로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위배되고,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배제하는 명문 규정이 없는 것도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검사가 수사하지 않아야 검찰개혁’이라고 공언하는 여당 국회의원도 있다. ‘검찰개혁’의 목적이 수사의 중립성·공정성 확보가 아니라, 오로지 검사의 권한을 약화시키는 데 있다는 고백인 셈이다.
정부안은 기소권은 검사에게, 수사권은 사법경찰이나 중수청에 귀속시키고 상호 간 협력·지원 관계에 그치게 함으로써 수사권과 기소권을 별개의 기관에 분리시키고 있다. 그런데 중수청의 수사관 중 변호사 자격이 있는 법조인을 둘 필요가 있다고 보고 ‘수사사법관’이란 명칭을 사용하게 된 것은, 단지 전문 수사 역량을 가진 기존 검사나 검찰수사관을 수용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한국 등 대륙법계 국가에서는 수사가 미국·영국 같은 영미법계 국가의 경찰 조사와 달리 사법작용의 성격이 있기 때문이다. 사법작용이란 법관의 재판처럼 사실을 인정하고 법리를 적용하는 과정을 말한다. 대륙법계의 수사는 증거조사를 해서 사실을 인정하고 법리를 적용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가 됐는지까지 판단하는 준사법작용이다. 반면, 영미법계에서 이러한 수사는 검사가 주도하는 예비심문절차나 대배심 법정에서 하는 것이고, 경찰 조사는 피의자 신병확보·압수수색·목격자 탐문 등 증거조사를 위한 준비만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의 수사 개념이라면 수사·기소 분리 원칙은 어느 나라에도 없는 셈이고, 판사와 같은 자격을 가진 검사에게 수사권을 인정함은 당연하다. 그러므로 공소청 검사가 송치받은 사건에 대해 필요한 경우 보완수사 요구뿐만 아니라 직접 보완수사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중수청 수사관은 송치 전 수사권 남용 방지나 효율적 수사를 위해서라도 공소청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게 함이 바람직하다.
정부안의 문제점은 준사법기관인 중수청에 대해 행정기관이자 정치인인 행안부 장관이 인사권과 수사지휘권을 가짐으로써 사법작용인 수사의 성격에 맞지 않고, 수사의 독립성이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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