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아 정치부 차장

‘대통령은 숨지 말고 앞에 나와서 말하라’ ‘직접 검찰개혁 법안 설명하라’ ‘봉욱을 즉각 해임하라’

언뜻 보면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한 국민의힘 측의 공격 같지만, 아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심의 바로미터’라고 소개한 딴지일보 자유게시판의 베스트 게시글 제목이다. 지난 12일 정부가 이른바 ‘검찰개혁’ 후속 조치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설치법을 발표하자마자 이 게시판에는 이 대통령의 검찰개혁 의지를 의심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딴지일보는 방송인 김어준 씨가 운영하는 강성 친여 매체이다.

이들은 노골적으로 이 대통령에게 따졌다.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은 ‘제2의 검찰청 만들기법’이라며 봉욱 청와대 민정수석을 배후로 지목했지만, 이들은 우회하지 않았다. 게시판에는 검찰 조직이 청와대로 보낸 ‘언더커버’쯤으로 여기는 봉 수석은 물론, 검찰개혁 논의 과정에서 줄곧 현실적 문제의식을 드러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제물로 바치라는 글도 올라왔다. ‘이런 꼴을 보려 아스팔트 위에서 내란 종식을 외친 게 아니다’라는 격앙된 목소리도 있었다. 7개월여 전까지만 해도 이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외치며 충성스럽게 움직였던 이들이다.

집권 여당에서도 정부 안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정부 안의 취지는 이해한다’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만 주장해도 ‘검찰 옹호 블랙리스트’에 오르니, 눈치를 볼 수밖에. 다수파인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도 조용한 분위기다. 이 대통령은 결국 ‘당은 숙의하고 정부는 의견을 수렴하라’며 한발 물러섰다. 한 중진 의원은 “국회로 공이 넘어왔으니 강성 지지층 뜻대로 될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기시감이 든다. 여야가 합의했던 ‘3대 특검법’ 수정안이 강성 지지층 반발로 하루 만에 휴지 조각이 됐을 때도 그랬다. 그땐 비난의 화살이 민주당 원내지도부에 쏟아졌지만, 이들은 더 이상 타깃을 청와대로 돌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당초 정부가 검찰개혁 후속법인 중수청·공소청 설치법과 형사소송법을 의원 입법이 아닌 정부 입법으로 하겠다 했을 때부터, 이 대통령이 ‘키’를 쥐고 싶어 한다는 해석이 나왔다. 검찰개혁이 자칫 수사기관의 수사력 약화로 이어져 억울한 피해자를 구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와선 안 된다는 게 이 대통령의 오랜 생각이라고 한다.

이 대통령은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보완수사권이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있다”고 했다. 또, “검찰개혁의 목표가 누군가의 권력을 빼앗는 데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고 “감정적으로 하지 말고 숙의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 뜻을 관철할 수 있을까.

민주당은 ‘당원주권 정당’으로 거듭나겠다며 ‘1인 1표제’를 재추진한다. 소수 강성 당원들의 목소리가 과대표될 것이라는 게 당 안팎의 우려다. ‘검찰=악’이고, 검찰의 권한을 빼앗는 게 핵심이라 맹신하는 강성 지지층을 정 대표가 설득할 수 있을까. 160만 명의 민주당 권리당원이 집권 여당의 ‘주인’이라는데, 적어도 검찰개혁 앞에서는 ‘명심(明心)’도 꺾을 수 있는 야당처럼 보인다.

윤정아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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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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