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세계 경제는 지금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보호무역주의 장벽이 높아지고,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미래 산업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패권 경쟁이 날로 가속화되고 있다. 국제질서 급변에 따라 소수 대기업 중심 경제성장 전략의 수정이 강하게 요구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하나의 팀으로 움직이는 ‘원팀 코리아’ 전략이 절실하다.

정부는 지난 21일 ‘대·중소기업 상생 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에서 강조한 ‘대기업 중심 성장’에서 ‘모두의 성장’으로의 대전환을 위한 후속 이행방안이다.

대·중소기업 상생 성장전략의 추진 방향은 크게 3가지다. 첫째, 한·미 관세 협상과 아랍에미리트(UAE) 순방 등을 통해 얻은 경제외교 성과를 중소·벤처기업에 직접 공유·확산한다. 둘째, 공동 기술개발·협업과 성과공유제 확대 등을 통해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성과가 환류될 수 있도록 기반을 강화한다. 마지막으로, 그간 제조 대기업과 협력 중소기업 간 중심으로 추진되던 상생협력 정책·제도의 틀을 온라인플랫폼·금융·방산·지역 등 생태계 전반으로 확장한다.

이는 보호무역주의와 기술패권 전쟁의 소용돌이를 돌파하기 위한 시의적절한 전략이다. 특히 자동차와 철강 대기업이 금융기관과 협력해 중소기업에 상생금융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포함된 것은 상생협력의 온기가 업종 경계를 허물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다. 정부의 공정한 생태계 조성을 위한 의지도 느껴진다.

기술탈취 근절 방안과 중소기업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들이 대표적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활발한 협력을 위한 신뢰 기반 시장질서 확립에는 시장 감시자로서의 정부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울러 제조업 중심으로 이뤄지던 상생협력의 틀을 온라인플랫폼과 금융회사로 확장해 맞춤형 상생협력 제도를 마련한 것도 의미 있는 변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우리 경제를 이끄는 강력한 ‘하이브리드 엔진’이다. 대기업의 안정적인 판로와 자금력이라는 내연기관에, 중소·벤처기업의 혁신 기술과 빠른 의사결정이라는 전기모터가 결합할 때 폭발적인 성장동력이 창출된다. 이제 상생은 더 이상 시혜적 구호가 아닌, 우리 경제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

정부 역할도 중요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도록 공정한 규칙을 만들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심판이자 조력자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산업 생태계 전반에 걸쳐 상생의 문화가 확산될 때 비로소 ‘모두의 성장’을 통한 대한민국 대도약은 현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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