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 5000 시대

 

시황 체크 직장인들 ‘웃음꽃’

온라인 커뮤니티 축하글 쇄도

 

반도체·로봇 중심 대형주 상승

외국인·정부 부양의지도 한몫

변동성 속 버틴 개인의힘 주효

22일 오전 9시 코스피 거래 개장과 거의 동시에 지수가 단숨에 5000선을 뚫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사 트레이딩룸에서는 짧지만 강렬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서울 중구의 한 금융사 로비에서는 스마트폰으로 시황을 체크하던 직장인들이 입가에 환한 웃음꽃을 피우며 “3년을 물려 있었는데 드디어 탈출이다”고 축하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는 그야말로 용광로처럼 달아올랐다. “버틴 자가 승리했다”는 글들이 초단위로 쇄도했다.

한국 증시는 이날 사상 처음으로 ‘코스피 5000 시대’를 열었다. ‘꿈의 코스피 5000’이 현실이 된 것은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속 국내 반도체 기업과 로봇주가 호황을 맞으면서 외국인·기관의 매수세가 이어졌고 정부의 주가 부양 의지까지 시장 전반에 확산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5000선을 ‘끝까지’ 넘겨 세운 장면의 주인공은 개인 투자자였다. 상승 흐름을 만든 것은 외국인·기관의 자금이지만 변동성이 커질 때마다 시장을 떠나지 않고 지수를 떠받친 힘은 개미들의 ‘버팀’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57%(77.13포인트) 오른 4987.06으로 출발해 개장 직후 5000포인트를 돌파했다. 장중 한때 5019.54까지 치솟기도 한 지수는 오전 11시 현재 5008.92를 기록하고 있다. 이번 달 코스피의 질주를 만든 주체는 기관과 외국인이다.

지난 2일부터 21일까지 기관은 6770억 원, 외국인은 2조6210억 원을 순매수했다.

개인은 홀로 5조6580억 원을 순매도했다. 다만, 이날은 반대로 개인과 기관이 각각 1113억 원, 408억 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 올리고 있다. 반면 외국인은 2126억 원 순매도 중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두고 “외국인과 기관이 방향을 만들고, 개인이 시장을 지켜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과거처럼 외국인 매도에 지수가 크게 흔들리는 구조에서 벗어나 개인 투자자들이 하단을 받치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지수 상승이 특정 업종에만 쏠리지 않고 대형주 전반으로 확산된 점도 5000선 돌파의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해 말부터 이달 초까지는 인공지능(AI) 산업과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 속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강세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1일 10만800원에서 지난 7일 14만1000원으로 39.9% 상승했고,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도 53만8000원에서 74만2000원으로 37.9% 올랐다. 그러나 고점 부담에 글로벌 증시의 반도체주 조정 흐름이 나타났고, 투자자들이 반도체주 대신 다른 주도주로 갈아타며 코스피 상승세를 지속시켰다. 로봇 산업 기대감을 업은 현대차의 질주는 대표적이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에서 다른 주도주로 돌고 도는 순환매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도 투자심리를 뒷받침했다. 새 정부는 출범 이후 상법 개정과 세제 지원 등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혀왔고 이러한 정책 기대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지수 상승의 이면에서는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올해 들어 지난 21일까지 코스피가 16.51% 상승하는 동안 대형주는 18.37% 오르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지만, 중형주와 소형주는 각각 6.55%, 0.59% 상승에 그쳤다. 업종별로도 비금속(-4.43%), 섬유·의류(-2.69%), 종이·목재(-2.00%) 등은 오히려 주가가 하락했다.

박정경 기자, 조재연 기자, 최근영 기자
박정경
조재연
최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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