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 책
난 여우 누이와 산다
주나무 글·양양 그림|책읽는곰
2026년 1월이 지나가고 있다. 어릴 땐 새해 계획을 빼곡히 세웠다. 대부분 작심삼일로 끝났지만 12월이 되면 어김없이 비슷한 결심을 했다. 해가 바뀌는 데 감흥이 없게 된 건 내가 바뀔 거라는 기대가 없어졌을 때부터다.
열 살 ‘다인’은 여우 고개에서 ‘미숙’ 씨와 산다. 미숙 씨는 이백구십구 살인 여우 누이다. 다인의 엄마 ‘수정’ 씨는 혼자 다인을 낳고 키우다 미숙 씨를 만나 계약을 맺었다. 미숙 씨를 인간으로 만들어주겠다던 엄마가 세상을 떠나자 계약은 다인에게 이어져 둘은 동거 중이다.
미숙 씨는 익숙하지 않은 건 꺼리는 인간들에게 질려 사람이 되길 포기하고 여우로 돌아가려 한다. 인간인 다인이라고 편한 건 없다. 외진 고개 꼭대기에 살고, 보호자를 ‘미숙 씨’라 부르며, 매일 태권도복만 입는 다인은 여우 누이만큼이나 사람들에게 낯선 존재다. 다인은 그 사이에 섞이기 위해 빠르고 편한 길을 택하지 않는다. 남을 속이지 않고, 타인의 비밀을 지키며 약한 존재를 돕는다. 그야말로 ‘믿음, 소망, 사랑’을 지키기 위해 매일, 매 순간 용기를 낸다. 그런 하루가 쌓여 ‘성장’을 이룬다. 삼백 년 가까이 살아온 미숙 씨는 고작 구 년 만에 훌쩍 큰 다인이 술법이라도 쓴 건가 싶다. 결국 미숙 씨도 다인을 따라 ‘변신’을 택한다.
언젠가부터 잘하는 것도, 자라는 것도 목표로 삼지 않고 심드렁히 새해를 맞았다. 올해는 미숙 씨 말대로 두렵고 싫은 것도 도전하고 극복해 봐야지 싶다. 실패하면 어떤가, 될 때까지 다짐하면 되지. 삼백 살 미숙 씨에 비하면 우리는 모두 한참 어린이다. 208쪽, 1만5000원.
김다노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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