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윤 한국군사과학포럼 대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현대전의 양상을 근본적으로 뒤흔들며 우리에게 엄중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네트워크전과 첨단무기에 의한 정밀타격이 중심이 된 이 전장에서, 드론은 더는 보조 수단이 아니다. 전차와 장갑차를 무력화하고 인공지능(AI)을 통해 자율적으로 인명을 살상하는 드론은 사실상 하나의 ‘비행하는 탄약’으로 진화했다. 특히, 우크라이나군이 스타링크 기반의 네트워크 우위를 바탕으로 러시아군을 압도하는 현상은, 미래 전장의 승패가 전통적인 기반 전력의 체급보다 군사 과학기술의 첨단화와 정교함에 달려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에 더욱 직접적인 위협은 북한의 발 빠른 변화이다. 북한은 이번 러·우전쟁에 러시아 파병을 통해 현대전의 실전 데이터를 축적하면서 드론 전술교리 연구와 야전 교범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비록 숙련된 우크라이나군 앞에서 고전하기는 했으나 실전 경험을 쌓은 지휘관들이 복귀하고 전술 자폭 드론 생산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경우 그 위협은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특히, 수도권을 겨냥한 북한의 갱도 포병과 방사포가 드론전과 결합할 경우, 기존의 방어 체계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이제 국군의 전력(戰力) 건설 방향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우선, 전술 드론을 소모성 탄약으로 분류해 질과 양 모두에서 북한을 압도할 수 있는 ‘물량전(物量戰)’ 기반을 갖춰야 한다. AI 지휘체계와 연계해 최소한의 운용병이 다수의 드론을 통제하도록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매복형·포병투하형, 수중 공격 드론 등 작전 목적에 따른 맞춤형 드론 개발로 전장을 지배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우리 장병들을 적(敵) 드론으로부터 보호할 ‘안티 드론’ 장비와 드론 저격용 고위력 산탄총 등 대응 무기체계의 연구·개발(R&D)과 보급도 시급한 과제다.

나아가 드론에 이어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지점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확인된 ‘피지컬 AI’의 비약적 발전이다. 우리 기업들은 이미 산업용 피지컬 AI 로봇의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고 주문 제작까지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러한 산업용 로봇 기술과 전투용 AI의 결합은 발전 가능한 영역으로, 이들 체계는 드론과 융합해 향후 전장을 지배하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도 있다. 인구 절벽으로 인해 병력 자원이 급격히 감소하는 상황에서, 복무 기간의 제한이 없고 극한의 환경에서도 임무 수행이 가능한 ‘로봇 전사’는 우리 군의 병력 감소를 보완할 혁신적 무기체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군 구조의 근본적인 혁신도 병행돼야 한다. 과거의 재래식 부대 구조에서 탈피해 군단급에는 드론여단, 사단급에는 드론대대를 창설하는 파격적인 재편이 필요하다. 보병여단과 대대의 중화기 편제를 공격용 전술드론 중심의 화력체제로 바꿔야 한다. 또한, 민간의 앞선 로봇 생산 기술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 방산업체와 국방과학연구소(ADD) 및 각 군 교육사령부가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구축해 훈련과 전투실험을 공동으로 수행하는 효율적인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현대전은 이제 ‘미지와 우연’의 영역이 아니라, ‘과학과 데이터’의 영역이다. ‘먼저 보고, 빨리 판단하고, 효과적으로 타격하는’ 군사 과학기술만이 승리를 보장한다. 정부는 전술 AI와 피지컬 AI 개발을 위한 예산을 과감하게 배정하고, 군은 작전요구성능(ROC) 수립과 생산체계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드론과 AI 로봇 전사라는 ‘게임 체인저’를 선점하는 것만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나아가 방산 수출 강국으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는 길임을 강조해 둔다.

고성윤 한국군사과학포럼 대표
고성윤 한국군사과학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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