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동 논설위원
잘나가던 친명 원내대표 김병기 의원과 이재명 정부 초대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에 지명될 정도로 이 대통령과 친밀했던 강선우 의원의 더불어민주당 탈당과 피의자 전락을 가져온 출발은 김 의원 전 보좌관의 ‘김병기-강선우 대화 녹음 파일’ 공개였다. 지난달 29일 보도된 대화록은 2022년 지방선거 직전 김경 서울 시의원으로부터 공천 뇌물로 1억 원을 받은 강 의원이 김 의원을 찾아가 ‘다주택자로 컷오프가 결정된 김 시의원이 공천헌금 폭로를 협박하니 공천해 달라’고 읍소하는 내용이다.
당시 공천관리위 간사였던 김 의원이 공천 불가를 확언했는데, 다음 날 경선도 아닌 단수 공천된 뒷배경이 궁금했지만,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민감한 대화를 녹음한 파일을 김 의원 전 보좌관이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김 의원을 비롯한 세 명 선량의 목숨줄이자 ‘사랑하는 당’에 엄청난 피해를 줄 핵폭탄을 보좌관에게 맡겨놓았단 말인가. 그러려면 보좌관과 생명이라도 나눌 동지 관계를 만들어 놨어야 하는데, 김 의원은 보좌진들을 아들 취업·편입학 심부름 등 가정사에 동원하는 심각한 갑질을 벌였고, 보좌진 다수를 한꺼번에 해고하고 재취업도 방해한 의혹이 있는 등 철천지원수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강 의원은 1억 원 공천 뇌물 수수를 놓고 전 지역구 사무국장과 진실게임 중이다. 의원 몰래 사무국장이 단독으로 받았다는 주장을 계속하는데 상식적이지 않다. 강 의원이 1억 원을 수수한 자리에 사무국장이 함께 있었던 것도 이해가 안 간다.
1995년 봄부터 정치부 기자로 우리나라 정당을 거의 다 출입하면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계열 정당 보좌관들이 의원을 대하는 태도에서 큰 차이점을 느꼈다. 기자들과의 식사 자리에 국회의원이 늦으면 보수정당 보좌관은 대체로 의원이 도착할 때까지 마냥 기다리는 편이었다. 반면, 민주당 보좌관은 음식을 주문해 기자들과 먼저 먹고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은 등 스스럼없었다. 의원과 보좌진의 관계가 보수정당은 보스와 부하, 민주당은 동지·동료 같았다. 이번 김병기·강선우 사태는 민주당의 의원·보좌진 관계가 차가운 관료주의로 변했음을 보여준다. 운동권 출신 아닌 의원·보좌진이 많아진 데다 김대중 정부 이래 오랜 집권당 경험이 갑을관계로 바꿔놓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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