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완수사 요구권’으론 안된다
경찰 송치사건 10% 보완 지시
4건 중 1건은 3개월 넘겨 이행
변사처리 4년전 ‘청주형제살해’
수사 지시했지만 경찰서 ‘묵살’
검찰이 보완수사 끝에 전말 밝혀
‘보완수사권 박탈’ 위기의 검찰
검찰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해 상반기 검찰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한 사건 4건 중 1건은 장기미제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당 강경파를 중심으로 “보완수사요구권만으로 충분하다”는 주장이 계속되지만, 검찰 보완수사권마저 사라지면 수사 지연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1∼6월) 검찰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한 5만2083건 가운데 이행기간이 3개월을 넘긴 사건이 23.5%인 1만2256건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보완수사 이행기간이 3∼6개월인 사건이 16.2%(8429건)였고, 6개월을 넘기거나 아예 미이행된 사건도 7.3%(3827건)에 달했다.
검찰은 부실한 경찰 수사기록을 이유로 전체 경찰 송치사건 10건 중 1건꼴로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통상적으로 사건 접수 후 3개월이 넘도록 기소 등 처분이 이뤄지지 않은 사건을 ‘장기미제’로 분류한다는 점에서, 보완수사요구 사건 상당수가 장기미제로 전락하는 셈이다.
검찰의 보완수사요구를 경찰이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대표적 사례로는 2022년 발생한 ‘성폭행 피해 미성년자 자살 사건’이 꼽힌다. 경찰은 남성 피의자 A(19) 씨가 피해 여성 B 씨를 강간한 사건을 수사한 뒤 검찰에 송치했다. 춘천지검 원주지청이 수사기록 보완을 요구해 경찰이 보완수사를 하던 이듬해 8월 B 씨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B 씨가 숨진 이후 경찰은 피해자 사망으로 진술 등 핵심증거 추가 확보가 어려워졌다는 이유로 불송치 결론을 내렸다. B 씨 어머니의 이의신청을 받은 검찰은 결국 직접 보완수사에 나섰고 피해자 음성파일 복원 등으로 추가증거를 확보, A 씨를 특수강간 혐의로 기소했다.
경찰은 2022년 4월 초등학생 D 군이 체육관에서 낙법을 연습하던 중 바닥에 머리가 부딪혀 사지가 마비된 사건 당시에도 제대로 보완수사를 하지 않았다. 대구지검 서부지청이 두 차례 보완수사요구를 했지만, 경찰은 D 군의 사지마비와 체육관 관장 C(31) 씨의 관리책임 간 인과관계 입증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의학 박사 출신인 검사는 지난해 5월 직접 보완수사를 통해 C 씨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했다.
2022년 발생한 ‘청주 형제 살해’ 사건의 경우 경찰이 검찰 보완수사요구를 아예 묵살한 대표적 사례다. 해당 사건이 불송치 처분되자 검찰은 법의학 감정 등 보완할 부분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재수사를 요청했지만, 경찰은 9개월 동안 기초 탐문수사도 하지 않는 등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청주지검이 보완수사를 한 끝에 단순 변사사건이란 경찰 판단을 뒤집고 형제간 살인사건의 전말을 밝혀냈다.
검찰의 재수사 요청에도 경찰이 사건을 방치해 결국 암장된 사건도 있었다. 의정부지검은 2021년 경찰이 권리행사방해죄 공소시효 7년이 지났다며 불송치한 사건을 공소시효가 10년인 사기죄를 적용해 재수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건을 계속 방치하다 사기죄 공소시효까지 지난 2023년 2월에야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법조계에서는 민주당 일각의 주장대로 검찰 보완수사권이 완전히 폐지되면 수사기관 간 사건 핑퐁으로 수사지연이 불 보듯 뻔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도권 한 지방검찰청 검사는 “경찰이 검찰 수사지휘를 받지 않게 된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1차 수사로 충분하다’는 식의 보완수사 기록을 많이 받는다”며 “경찰이 보완수사요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도 통제할 수단이 없다”고 밝혔다. 지방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 보완수사 폐지는 범죄 피해자는 너무 불리하고, 피의자는 매우 유리해지는 방향이라 앞으로 더 많은 범죄가 묻히게 될 것”이라고 한숨 쉬었다.
김군찬 기자, 황혜진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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