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성진의 Deep Read - 환율, 주가, 성장

 

주가는 고공행진, 실물경제는 동력상실 ‘디커플링’… 고환율은 경제구조 불안정성 반영

미래 성장동력 확보·지속가능 경제 절박… ‘시장 이기는 정부’ 아닌 혁신 돕는 정부돼야

최근 코스피(KOSPI)가 증권거래소 개소 이후 63년 만에 처음으로 5000선을 돌파하는 역사적 성과를 달성했다. 반면 고환율 기조와 내수 침체가 겹치며 실물경제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한국 경제에 가장 절실한 것은 ‘기업가형 정부’의 역할이다. 기업가형 정부의 핵심은 ‘국가가 얼마나 개입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개입할 것인가’에 있다. ‘시장을 이기겠다’는 식의 시장 개입이 아닌, 기업 혁신과 민간 중심 시장경제를 돕는, 전략적이고 절제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 비동조화

코스피는 1989년 3월 1000선을 처음 넘어선 뒤 2007년 10월 2000선, 2021년 2월 3000선을 차례로 돌파했으며, 2025년 10월 4000선에 도달했다. 이후 두 달여 만에 5000선을 넘어서는 급격한 상승을 기록하며 한국 증시 역사상 유례없는 속도의 지수 확장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실물경제는 취약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1% 수준으로 전망됐는데,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54년 이후 다섯 번째로 낮은 기록에 해당한다. 이보다 더 낮은 성장률을 기록한 시기는 1956년(0.7%), 1980년(-1.5%), 1998년(-4.9%), 2020년(-0.7%)으로, 모두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팬데믹 등 뚜렷한 경제위기 국면에 한정된다.

더욱이 2025년 4분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 -0.3%를 기록하며 역성장 국면에 진입했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듯 정부가 총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연말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439원으로 마감됐다. 이는 계엄 혼란기인 2024년 말 기록했던 1472.5원을 가까스로 밑도는 수준에 그친 것으로, 외환시장의 불안과 실물경제의 취약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최근 나타난 주식시장과 실물경제 간의 뚜렷한 비동조화(디커플링·decoupling)는 한국 경제가 구조적 대전환의 기로에 서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금융시장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실물경제는 성장 동력을 상실한 채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현실은, 기존 성장 모델이 한계에 도달했음을 시사한다. 이는 단기적 경기 대응을 넘어 보다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경고로 읽혀야 한다.

◇‘K자형 경제’ 구조

경기침체가 지속되는데도 상승하는 환율과 주가는 무엇을 말해주고 있을까.

1997년 아시아를 덮친 금융위기 시기에는 환율은 상승했지만 주가는 매우 낮게 유지됐다(그래프 참조). 전반적으로는 두 변수 간에 강하지는 않지만 정(+)의 상관관계가 나타난다. 특히 2024년과 2025년은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복합적 이유에서 나타난 현상이지만 단편적으로 보면 환율 상승(원화 약세) 국면에서 반도체산업을 중심으로 수출이 확대되면서 매출 증가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고, 이는 기업 실적 개선 전망을 통해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환율과 주가의 이런 관계는 한편으로 경제구조의 불안정성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러한 주가 상승은 반도체 등 소수의 업종을 제외한 다른 산업의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지속성을 갖기 어렵다는 점 역시 함께 고려돼야 한다. 특정 산업 중심으로만 주가 상승 및 경기 회복이 지속된다면 ‘K자형 경제’ 구조가 정착될 수 있다.

최근 주식시장의 흐름을 보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주요 주력 산업의 영향력이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작용한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최근의 주가 상승을 산업 경쟁력 회복이나 기업 실적 개선으로만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정부의 영향을 받는 국민연금과 같은 대형 기관투자자들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자산 배분을 조정하면서, 주식시장의 단기 변동성은 물론 중장기 방향성까지 좌우하기 때문이다.

결국 주식시장과 환율, 경제성장 흐름을 종합해 보면 시장이나 정부 어느 한쪽만의 독자적 역할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고, 양자의 역할 분담과 균형이 필수적임을 시사한다.

◇ 기업가형 정부

인공지능(AI) 대전환 시대에 실적 증가로 반도체 기업이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삼성전자(우선주 포함)와 SK하이닉스의 주식시장 비중은 2026년 1월 23일 기준 37.55%에 이르렀다. 이는 2025년 5월 30일 기준 23.48%와 비교해 14.07%포인트 증가한 수치로 두 기업이 국내 주식시장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존재도 간과할 수 없다. 1990년 국내 주식 투자를 시작한 국민연금은 2025년 10월 말 기준 국내 주식 투자 규모가 255조4000억 원에 달해 전체 기금적립금의 17.9%를 차지했다. 2024년 말 기준 각각 139조7000억 원에 11.5%였던 것과 비교해 투자금액이 약 115조7000억 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급격한 환율변동이 예상될 때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다양한 외환대책을 발표했다. 대표적으로 한국은행은 달러 유입을 위해 일정 기간 외화지급준비금에 대한 이자를 지급했다. 정부는 외국계 은행과 수출기업의 ‘외화포지션/대출’ 규제를 완화, 외환시장 대응을 위한 4자협의체(재정경제부, 보건복지부, 한국은행, 국민연금) 구성, 국민연금 환헤지 조정, 국내시장 복귀계좌(RIA) 등을 이용한 개인 해외투자 자금 유입 촉진 정책 및 다양한 메시지를 시행해온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시장과 정부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작업부터 출발해야 한다. 자유시장경제 질서에 더해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제안된 ‘새로운 워싱턴 컨센서스’ 제창 이후 기업가형 정부가 글로벌 경제 질서의 새로운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즉 전통적인 자유시장경제를 기본 토대로 하되, 첨단기술과 산업 안보 등 전략 분야에서 선택적인 목표지향적으로 개입하는 ‘기업가형 정부’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 구조적 전환

‘기업가형 정부’는 전면에 나서 시장을 대신하기보다는 민간의 혁신과 투자가 작동할 수 있는 포용적 제도 환경을 조성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공기업 확대나 국유화를 통한 성장은 포용적인 것이 아니라 약탈적 제도의 문제점을 보인다는 점에서, 지속가능한 발전 모델이 될 수 없다. 한국 경제의 구조적 전환을 위한 해법은 민간의 경쟁력과 창의성이 충분히 발휘되는 시장을 만드는 데서 찾아야 한다.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차기 한국경제학회장

■ 용어 설명

‘기업가형 정부’란 민간의 혁신과 창의를 돕는 정부라는 뜻. 정부의 역할을 노젓기(rowing)보다는 방향잡기(steering)로 설정하고, 시장 메커니즘 의존·성과 지향·경쟁적 공급 등을 지향하는 정부.

‘K자형 경제’란 일부 산업·집단은 빠르게 회복하지만 다른 산업·집단은 정체·악화하는 불균등 회복. 상·하위 소득층과 산업 회복이 K자 모양으로 갈라진다는 것으로, 피터 애트워터가 사용해 대중화함.

■ 세줄 요약

비동조화: 코스피가 증권거래소 개소 이후 처음으로 5000선을 돌파하는 성과를 달성한 반면, 고환율 기조와 내수 침체가 겹치며 실물경제는 갈수록 악화하는 비동조화가 진행 중. 한국 경제가 구조적 대전환의 기로에.

‘K자형 경제’구조: 환율과 주가의 이런 관계는 경제구조의 불안정성을 반영하는 것이며, 이것이 지속되면 ‘K자형 경제’ 구조가 정착될 수 있어. 이는 시장과 정부 양자의 역할 분담과 균형이 필수적임을 시사하는 것.

기업가형 정부: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을 이루려면 시장과 정부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하며, 기업가형 정부가 요구됨. ‘시장 이기는 정부’가 아닌 민간의 창의와 혁신을 돕는 정부로서 역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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