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 김도아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PB지점장

지난 22일 한국 증시는 사상 최초로 코스피 5000이라는 미답(未踏)의 고지를 넘어섰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무겁다. 1500원 선을 위협하는 고환율 국면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환율 1500원은 국가 부도 위기나 극심한 경제 공황의 전조였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마주한 2026년의 시장은 과거의 문법으로는 해석되지 않는다. 이제 투자자들은 환율을 공포의 대상이 아닌, 코스피 5000을 만든 핵심 동력으로 이해해야 한다.

지금의 고환율을 단순히 ‘원화 가치 하락’으로만 본다면 투자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현재 코스피를 견인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와 같은 수출 공룡들에게 환율 1500원은 막대한 환차익을 선물하는 강력한 레버리지다. 달러로 물건을 팔아 원화로 환산할 때 장부상 이익이 극대화되는 구조 덕분에 기업들은 역대급 현금을 쌓고 있다. 실제 주요 수출 제조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환율이 100원 상승할 때마다 상당 부분 개선되는 효과를 보였다. 이렇게 축적된 풍부한 현금은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해 온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맞물려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라는 강력한 주주 환원책의 재원이 되고 있다.

결국 현시점의 고환율은 한국 경제의 위기 신호가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우리 기업들이 누리는 ‘체질 개선의 보너스’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런 맥락에서 고환율은 해외 투자의 걸림돌이 아닌 자산의 ‘통화 구성’을 바꾸는 전략적 기회가 된다. 국내 상장된 해외 지수 상장지수펀드(ETF) 중 ‘환노출형(Unhedged)’ 상품을 선택하면 기초 자산의 상승분과 달러 가치 상승분을 동시에 누리며 자산의 안전판을 확보할 수 있다.

국내 자산에서는 고환율 수혜를 입는 수출 대형주와 고배당 밸류업 종목에 집중해야 한다. 단순히 지수 상승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고 현금 흐름이 탁월한 기업을 골라내는 선구안이 필요하다. 동시에 해외 자산의 일부를 ‘달러 표시 채권’이나 ‘미국 배당 성장주’로 교체할 필요가 있다. 환율 진입 시점이 부담스럽다면 매달 일정 금액을 환전하는 방식을 취하되, 이자와 배당을 달러로 재투자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환율이 하락하더라도 환차손을 상쇄하고 자산의 총량을 지키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환율이 높아서 해외 투자가 망설여진다면, 거꾸로 그 고환율을 먹고 자라는 국내 우량주에서 승부를 보되 그 결실은 달러에 나누어 담는 전략도 생각해 봐야 한다. 지금 포트폴리오에 달러라는 안전판을 설치했는가? 그 대답이 10년 뒤 부의 크기를 결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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