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
초록우산 대전세종지역본부 ‘널응원한글’ 프로그램
이주배경아동 대상 한국어 교육
수준별로 나눠 일대일 맞춤케어
언어·문화장벽 낮춰 정착 도와
자기 표현·또래 관계 형성 성과
초등학교 입학 전 소통능력 갖춰
“이건 네 거 아니야. 선생님 거야.”
지난해 11월 세종시의 한 어린이집 교실. 여섯 살 반용진 군의 입에서 또렷한 한국어 문장이 나왔다. 불과 한두 달 전까지만 해도 용진 군은 자음과 모음을 구분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한국어가 서툴러 친구들의 말을 듣기만 했고,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지 못했다.
중국 국적의 용진 군은 미취학 이주배경아동으로, 입국 초기 언어 장벽은 또래 관계와 일상 소통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초록우산 대전세종지역본부의 ‘널응원한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변화가 시작됐다. 한글 수업을 시작한 지 1~2개월이 지나자, 용진 군은 단어 위주의 말하기에서 벗어나 문장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일상적인 의사소통도 한국어로 가능해졌다. 말문이 트이자 교우관계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같은 해 11월에는 ‘소방의 날’ 동요대회 오프닝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를 만큼 자신감도 키웠다. 아이를 가르친 교사들은 “한글을 배우며 자기표현의 폭이 넓어졌고, 또래와의 관계도 한층 가까워졌다”고 전했다.
용진 군처럼 언어 지원이 필요한 이주배경아동은 세종시에 적지 않다. 세종시교육청 실태조사에 따르면 세종시는 인구와 주택 증가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도시로, 이주배경아동 수 역시 9년째 증가하고 있다. 다문화 학생 수는 2013년 1만4415명에서 2022년 4만3701명으로 303% 늘었다. 학령기 중도입국·외국인가정 아동도 꾸준히 증가해, 세종시이주노동자복지센터 집계 기준 2025년 3월 현재 학교 밖 아동을 포함한 이주배경아동은 580명에 이른다. 언어 미숙은 또래 관계 형성과 학교 적응을 어렵게 하고, 장기적으로는 저학력과 성인기 취업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널응원한글’은 미취학 이주배경아동의 한국 사회 조기 정착을 돕기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초록우산 대전세종지역본부가 세종시이주노동자복지센터, 세종의 어린이집과 협력해 추진했다. 세종 지역 어린이집에 재원 중인 이주배경아동 가운데 한국어 습득에 어려움을 겪는 아동 20명을 대상으로 맞춤형 한글 교육을 제공했다. 2025년 3~4월 지역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수요조사와 업무협약을 진행해 기반을 마련했고, 4월부터 10월까지 수업을 운영하며 입국 초기 겪는 언어·문화 장벽을 낮췄다. 11월에는 언어능력 향상 척도 설문을 통해 교육 효과를 점검했다.
아이들에게 안전한 수업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한국어 강사들이 어린이집으로 직접 찾아가 수업을 진행했다. 보다 많은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현장 상황을 반영해 주 1~4회로 유연하게 운영했다. 아동의 연령과 출생국, 국내 출생 여부에 따라 한국어 수준 차이가 큰 점을 고려해 수업은 3개 반으로 나눴다. 한국어 강사 2명이 일대일에 가까운 맞춤형 지도를 진행하며 세심하게 접근했다.
아이들은 수업을 통해 큰 변화를 보였다. 사전·사후 설문에 응답한 아동 20명을 분석한 결과, 사업 전에는 한국어를 ‘못한다’고 답한 아동이 9명이었으나 이후 3명으로 줄었다. 반면 ‘잘한다’는 응답은 3명에서 11명으로 늘었다. 심리·정서 영역에서도 긍정적 변화가 나타났다. 아동 19명은 “지원을 통해 더 행복해졌다”고 답했고, 17명은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더 많아졌다”고 응답했다.
어린이집 교사들은 무엇보다 아동들이 학교에 들어가기 전 최소한의 의사소통 능력을 갖추게 된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시리아 출신의 바이하스(6) 군은 한국에 온 지 1년 3개월이 지났지만, 한국말로 표현을 거의 하지 못했다. 평소 화장실이 급할 때도 모국어로만 말해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한글 수업 중 처음으로 스스로 “화장실”이라고 말했고, 이후 음식·동물·가족·장소 등 200개 이상의 기초 어휘를 익혀 간단한 의사표현이 가능해졌다. 자·모음을 배우며 단어를 따라 쓰는 단계까지 나아갔고, 놀이 속 대화가 늘면서 또래와의 상호작용도 자연스러워졌다.
6세 반 한 담임교사는 “교사의 질문에 적극적으로 대답하고, 놀이 과정에서도 한국어를 사용하려는 시도가 늘었다”며 “의사표현 능력이 강화되면서 수업 참여도와 사회적 발달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7세 반 담임교사도 역시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동들이 글자와 언어에 대한 흥미를 크게 키웠다”며 “한글 교사의 체계적인 지도를 통해 언어적 자신감과 사회적 상호작용 능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고, 교실 생활 전반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문화일보·초록우산 공동기획
김린아 기자, 김지현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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