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동 논설위원
명분 집착 검찰개혁 논의 한심
‘중수청 = 제2검찰청’ 헛소동
내무장관 警 지휘 5공 때 방식
檢 보완수사 반대도 도그마
공소청, 자동기소장치 될 판
진단醫와 집도醫 분리하는 격
오는 10월 해체되는 검찰을 대신할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을 둘러싼 논의가 너무 저급하다. 기소와 공소 유지만 하는 공소청을 대신해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마약·사이버 등 9대 범죄를 수사하는 중수청이 “제2의 검찰청”이라며 여당 강경파 의원과 당원이 반발하는 건 코미디다. 집권당 의원들이 이재명 대통령도 지적한 “국민의 인권 보호와 권리 보장에 도움이 되는지”를 따지지 않고 수사·기소권 분리가 대원칙이라고 전제하는 것부터 억지다. 공소청이 경찰과 중수청의 ‘구속영장청구기’ ‘자동기소장치’가 될 판인데, 고민이 전혀 없다.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수사사법관’과 ‘전문수사관’ 이원구조를 근거로 ‘이름만 바꾼 검찰청’ 운운하는 것은 헛말이다.
정부안은 검사를 중수청으로 많이 유도하기 위한 것인데, ‘수사사법관=제2의 검사’ 주장은 뜬금없다. 이름이 사법관이라고 해도 영장청구권도 기소권도 없는 사법경찰관일 뿐이다. ‘사법관’에 혹해 중수청으로 넘어갈 검사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지난해 12월 대검찰청 조사에서 이전 의사를 보인 검사는 910명 중 7명(0.8%)에 불과했다. 설사 검사 상당수가 넘어와도 행정안전부 소속의 중수청은 검찰청이 아니라 ‘제2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될 뿐이다.
공소청법에 검사의 보완수사권 금지를 규정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검사 보완수사권 부여 절대 반대를 주장하는 것도 한심하다. 검사가 경찰이나 중수청이 송치한 사건이 미진할 경우 자체 재수사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인데 현실을 모르는 건지, 애써 눈을 감은 건지 모르겠다. “(공소청 검사가) 보완수사를 안 하는 게 맞지만, 예외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한 이재명 대통령이 가장 온건하고 정상적으로 보일 정도로 여권은 지금 지나친 집단 흥분 상태다.
문재인 정부 검수완박 때보다 훨씬 심각한 ‘범죄자 천국, 피해자 지옥’이 펼쳐질 게 명약관화한데, 여당 의원들은 실상과 동떨어진 강성 발언만 쏟아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고 법무부 장관을 지낸 추미애 의원, 대통령비서실장도 지냈고 차기 국회의장에도 거론되는 박지원 의원 등은 보완수사권 ‘절대 반대’를 앞장서 부르짖고 있다. 상당수 의원이 보완수사 ‘요구권’을 주면 충분하다는 주장을 펴는데, 검사의 수사 보완 요구를 경찰이 뭉개면 대책이 없다. 2021년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이 보완을 요구해도 처음 수사와 별 차이 없는 결과를 그대로 보내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공소청 검사는 보완수사권이 있어도 수사기관이 송치한 사건과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수사할 수 있다. 정권 또는 여당 의원의 범죄는 경찰·중수청이 먼저 수사하지 않는 한 공소청 검사가 별도로 수사에 착수할 수 없다는 말이다. 공소청 검사가 수사기관이 올린 자료만 보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라는 건 이만저만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 조금만 복잡한 경제범죄나 정치인·공무원의 뇌물·배임 범죄는 유죄 선고받기가 어려워진다. 중환자 진단 의사와 집도 의사가 별개로 움직이면 제대로 된 치료가 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근본적으로, 경찰이나 중수청이 사건을 공소청으로 넘기지 않고 덮어버리면 그냥 암장(暗葬)된다. 지금 경찰의 김병기·강선우 의원과 김경 전 서울 시의원의 공천헌금 수사와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통일교 자금 수수 의혹 수사를 보면, 수사권을 검사에게서 완전히 박탈하고 경찰과 중수청에 전적으로 맡기는 건 정말 위험하다.
가장 말이 안 되는 게 중수청을 법무부가 아니라 행안부 산하로 두고 행안부 장관에게 지휘·감독권을 부여한 점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행안부 장관이 중수청의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서도 중수청장을 통해 개입할 수 있는 권한까지 줬다. 경찰을 통제하는 행안부 장관이 중수청까지 장악하면 사실상 모든 국가 수사기관에 대한 지휘·통제권을 행사하게 된다. 공산·독재국가 말고 정상적인 나라 중에 이런 곳이 있나. 윤호중 장관도 그렇지만, 역대 행안부 장관은 여당 의원이 겸직하는 경우가 잦았는데, 국수본과 중수청 수사를 통제해 민감한 사건을 여권 입맛대로 굴려 갈 수 있다. 민주세력이라면서 내무부 장관이 경찰을 지휘하던 5공 이전 시절로 돌아가도 괜찮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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