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범철의 Deep Read - 미 NDS와 한국 안보
안보 공약은 줄고 청구서만 늘어난 美 NDS… 동맹에 부담공유 강조한 트럼프식 고립주의
‘북핵 - 확장억제’ 개념 실종 속 北 위협 증대… 낡은 이념적 잣대 벗어나 군사 역량 건설 시급
미국의 새 국방전략, 2026 NDS(National Defense Strategy)가 나왔다. 지난 1년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제일주의를 경험한 다음이어서 그런지, 후폭풍은 크지 않다. 하지만 2026 NDS의 내용을 잘 들여다보면 미국의 줄어든 안보공약과 우리의 늘어난 부담이 눈에 들어온다.
이 와중에 북한은 마치 새로운 기회라도 엿보려는 듯 동해안으로 대구경 방사포를 발사했다. 전략 환경 변화의 여파로 ‘바람 앞의 촛불 신세’를 면하려면, 안보의식으로 무장하고 국방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
◇2026 NDS의 메시지
미국 2026 NDS의 핵심 내용은 두 가지이다. 먼저 위협 평가에서 서반구를 포함한 미 본토 방어를 최우선 순위로 끌어올렸고, 중국 위협 억제를 위한 노력 외에도 신뢰 구축을 강조했으며, 지역적 차원에서 북한 위협을 이란 위협 다음에 기술하고 있어, 북한 문제에 대한 미국의 우선순위가 우려된다.
다음으로 미국의 대응과 관련해 동맹국에 ‘부담 공유(Burden Sharing)’를 강조하는 것이다. 미국은 본토 방어와 대중국 억제에 중점을 두고, 각 지역의 동맹국들이 역내 위협을 일차적으로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동맹국들은 국방비를 증액하고, 미국은 ‘결정적이지만 더욱 제한적인 지원(Critical but more Limited Support)’만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미국은 전과 같이 광범위한 안보 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니, 동맹국 스스로 역량을 키워서 위협에 대응하라는 의미이다.
이러한 미국의 국방전략은 트럼프 대통령 스타일의 고립주의 선언이고, 그 배경에는 유연한 현실주의(Flexible Realism)가 자리 잡고 있다.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 유지를 위해 전 세계에 개입하며 이상을 추구했던 시기는 끝났다는 것이다. 미국의 실질적 이익 추구를 우선시하며 동맹국들의 부담을 늘려 함께 적대 세력을 억제하는 실용적 노선을 채택한 것이다. 오늘날 국제 정세와 미국이 처한 상황을 이해한다면, 비난하기만은 어려운 전략이다.
◇청구서 늘고 안보공약 줄고
문제는 이러한 국방전략이 우리에게 추가적인 안보 청구서를 의미한다는 점이다. 첫째, 부담 공유 차원에서 국방비 증액을 꼼꼼히 챙길 것이다. 이미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국내총생산(GDP)의 3.5%까지 국방비를 증액하겠다고 합의한 바 있다. 여기에는 미국 무기체계 250억 달러와 주한미군 주둔비용 330억 달러가 포함돼 있다. 앞으로 주요 협상장마다 미국은 합의가 지켜지고 있는지를 확인할 것이다.
둘째, 대북 억제에 일차적 책임을 한국군에 부담시키는 일은 궁극적으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연계될 것이다. 사실 현재의 한·미 연합방위체제는 미국의 책임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소위 ‘자주적’ 시각에서는 이를 주권 문제로 비판하지만, 실제 북한 위협을 억제하는 데는 매우 효율적인 시스템이었다. 쉽게 설명하자면 미군이 잘 싸울지 한국군이 잘 싸울지를 비교하면 된다. 그런 미국이 이제 책임을 넘기려 하고 있다.
셋째, 전략적 유연성과 주한미군 역할 변화가 예상된다. 이번 국방전략은 위협의 ‘동시성 문제(Simultaneity Problem)’를 제기한다. 즉, 하나 이상의 적들이 다양한 전구에서 동시에 조율된 도발을 한다는 것인데, 이를 동아시아로 국한하면 대만 해협과 한반도에서의 동시 도발을 의미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은 유연한 대응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곧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연계되는 문제다. 따라서 향후 주한미군은 북한 위협과 중국 위협을 동시에 억제하고자 할 것이며, 이를 위한 전력 구조의 변화가 예상된다.
◇증대하는 북 위협
물론 미국이 한국 방어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결정적이지만 더욱 제한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정보 공유, 첨단 무기체계 판매 등을 통해 한국을 돕겠다는 의미 외에도 제한된 핵 억제를 제공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간의 국방전략은 동맹국에 대한 ‘확장억제’ 제공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확장억제라는 단어 자체가 사라졌다. 이는 확장억제의 구성 요소인 핵우산, 첨단 재래식 전력, 미사일 방어 중 핵우산만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즉, 첨단 재래식 전력이나 미사일 방어는 동맹국 스스로 예산을 증액하며 보완하라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과거 미국은 한반도에 전면전이 발생할 경우 상당한 전시 증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제한적인 지원’은 이러한 합의가 지켜지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2026 NDS에 담겨 있는 ‘높은 국방비 지출, 탄탄한 방위산업, 그리고 징병제를 바탕으로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한’ 대한민국 스스로 북한 억제에 주도적인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화수분처럼 끊임없이 도움을 주는 동맹은 사라졌다. 그만큼 대북 억제와 관련한 우리의 과제가 늘어난 것이다.
최근 북한의 행보를 보면, 핵잠수함을 공개하고, 극초음속미사일을 비롯해 다양한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실험하고 있다. 9차 당대회를 앞두고 지난번 공언했던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하려는 의도이다. 위협(threat)은 군사적 능력(capacity)과 의도(intention)의 합이다. 북한의 위협은 줄어들지 않고 상상 이상으로 커지고 있다.
◇현실주의적 접근
미국 국방전략에서 언급하는 유연한 현실주의는 더는 북한 문제를 이상적으로 바라봐서는 안 됨을 시사한다. 우리의 관점에서 날로 커가는 북한 위협을 냉철하게 평가해야 하며, 동맹국인 미국의 의도 파악이 필요하다. 현실을 인지해야 대안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답은 명료하다. 위협에 상응하는 군사 역량을 키워야 한다. 핵 위협, 재래식 위협, 비대칭 위협, 미래 위협을 모두 억제할 수 있는 국방력을 키우는 데 매진해야 한다. 미래전에 대비할 수 있는 첨단 군사력 건설, 실전에 버금가는 체계적인 훈련, 새로운 시대의 한·미 연합작전 역량 확보 등이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
이념적 잣대로 인해 동맹 정책이나 군사력 건설에 지장을 주어서는 안 된다. 위협을 의도적으로 과대평가하거나 축소해서는 안 되며, 위협에 대응하자면 싸우자는 것이냐 라는 식의 안보 흑백논리도 이참에 버려야 한다. 전략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방심하면 그간 쌓아온 평화와 번영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전 국방부 차관
■ 용어설명
‘NDS’, National Defense Strategy는 미국 국방전략. 2026 NDS에는 동맹국이 국방비를 증액해 역내 위협에 일차적으로 대응할 것을 요구. 북 위협의 우선순위가 낮아지고 동맹 위축이 우려됨.
‘동시성 문제’란 여러 위협이 동시에 발생함으로써 대응 자원이 분산되고 우선순위가 복잡해지는 문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러시아·이란 등으로부터의 동시 위협에 대한 대비의 어려움을 강조.
■ 세줄 요약
2026 NDS의 메시지: 미국 2026 NDS의 핵심 내용은 두 가지로, 미 본토 방어를 최우선 순위로 끌어올리고 동맹국에 ‘부담 공유’를 강조하는 것. 안보 위협에 대해 동맹국 스스로 역량을 키워 위협에 대응하라는 메시지.
청구서 늘고 안보공약 줄고: 이는 트럼프식 고립주의로 해석됨. 문제는 한국에 추가적인 안보 청구서를 내밀면서 안보공약을 줄이겠다는 것. 이는 ‘동시성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연계돼.
증대하는 북 위협: NDS에 비핵화나 확장억제 개념이 실종된 가운데 북 위협은 상상 이상으로 커지는 상황. 한국은 이상주의적 시각이나 이념적 잣대를 벗어나 북 위협을 냉철하게 평가하면서 현실적 자강의 길 찾아야.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