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국제전략학

 

국익 교차하는 한중일 삼국지

한중·한일 정상회담으로 가닥

한미동맹과 북한 변수 그대로

 

中은 한미일 협력 제도화 경계

서해 구조물 移設로 성의 표시

사안별 다자 협력 시스템 필요

새해 벽두부터 한중일 삼국 외교가 일합을 겨뤘다. 한중 양국은 지난해 경주 정상회담에 이어 두 달 만인 1월 5일 정상회담을 가졌고, 한일 양국 역시 지난 13일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가졌다. 일단 중국과 일본 두 나라가 2개월 만에 한국과 정상회담을 다시 할 만큼 상호 전략적 가치에 대한 공감대를 가진 것은 확실해 보인다. 한국은 중국과는 ‘양자 관계 복원’을, 일본과는 미래 지향적이고 안정적으로 양국 관계를 관리·발전시킨다는 데 뜻을 모았다.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한반도 최대 현안인 북핵 문제에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하고 싶었고, 중국은 특히 한미일 3각 공조의 가장 약한 고리로 한국을 인식하고 전략적 차원에서 중국 편을 들어주길 원했다. 하지만 구조적 현안은 피하려는 자세가 역력했는데, 중국 외교부의 회담 내용 발표에도 ‘한반도’나 ‘비핵화’ 관련 문구가 빠진 것이 이를 증명한다.

특히, 중국은 최근 중일 갈등과 관련해 ‘하나의 중국’에 대한 한국의 진전된 입장을 원했지만 한국은 존중한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강조했다. 역사적 공감대를 통해 일본의 군국주의화에 반대하자는 공동전선 요구에도 공동 투쟁 역사 강조로 마무리했다. 반면, 한국은 경제 협력 활성화 및 희토류를 포함한 공급망 협력은 물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북한 ‘비핵화’와 ‘서해 불법 구조물’ 및 한한령(限韓令) 등 현안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예상대로 중국의 대답은 ‘건설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입장을 반복한 것으로 보인다. 한중 양국이 ‘양자 관계의 복원’을 강조했는데, ‘복원’이 사드(THAAD) 사태 이전으로 복귀하는 것인지, 수교 당시 상태를 뜻하는 것인지 모호하다. 북한이라는 특수 요인이 여전하며, 한미동맹 구조도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이는 어려운 문제는 일단 접어두고 가능한 교류부터 진행하자는 의미이겠지만, 그때와는 달라진 북핵 능력을 어떻게 제어할 것인지는 다시 숙제가 됐다.

중국이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한한령도 ‘대중문화의 점진적·단계적 교류 확대’로 표현돼 쉽지 않음을 보여줬다. 서해 불법 구조물 문제 역시 구조물 관리 시설만 철거하는 것으로 정리되고, 해양 경계 획정을 위한 차관급 회담을 지속하기로 하는 선에서 일단 끝났다. 이는 양국 관계 재조정의 물꼬를 튼 것으로는 평가할 만하다.

일본과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및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공유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구축 의지를 재확인했으며, 대북정책에서도 긴밀히 공조하기로 했다. 한국의 일본 주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논의했고, 경제·기술 분야에선 단순 교역 협력을 넘어서는 포괄적인 경제 협력 심화에 공감하고, 인공지능(AI)과 지식재산 보호 등 과학기술·경제안보 의제에서 실무 협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다만 ‘협력’ 의제는 폭넓게 제시됐지만, 상당수가 원칙·의지 확인 수준에 머물러 구체적 이행에 대한 장치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데는 아쉬움이 남는다.

중국은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일 안보 협력이 ‘제도화’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하면서 미국 중심의 역내 질서에 한국이 더 깊이 편입되는지를 판별하고자 했다. 한국을 ‘협력 파트너’로 다시 묶어 두면서, 한일 정상회담 및 한미일 공조가 ‘중국 포위망’으로 진화하는 것을 차단하는 데 목표를 둔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둘러싸고 향후 3국 간 수(手)싸움이 치열해질 것이다.

한미일 협력과 한중일 협력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선택한 상황에서 삼국 외교의 성패는 ‘동맹’이 아니라 ‘리스크 관리 능력’이 가를 것이다. 누가 누구 편이냐보다는, 충돌과 협력의 동시 운용 능력이 핵심이 될 것이다. 한국은 한미일 안보 협력과 한중 경제 관계의 동시 관리, 일본은 한국과의 협력 확대 및 중국과의 관계 안정이 중요하다. 중국 역시 주변국을 강하게 압박할수록 더 촘촘한 견제망을 부른다는 딜레마에 빠진다. 결국 해법은, ‘거대 전략’보다는 공급망 리스크 공동 관리나 우발적 충돌을 막는 소통 채널 구축, 다자 협력의 최소 안전판을 깔아두는 실무력에 달렸다. 상대를 굴복시키는 승리가 아니라, ‘관리 가능한 경쟁’을 제도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국제전략학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국제전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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