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지만, 국민의힘이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제명 처분을 의결·확정했다. 장동혁 대표는 ‘쌍특검’을 요구하며 단식 투쟁을 벌이다가 중단한 뒤 당무에 복귀하자마자 한 전 대표를 내쫓았다. 이른바 당원게시판 파문 논란이 ‘당원에 대한 정치적 사형 선고’와 다름없는 중징계를 할 정도의 중대한 사안인지에 대한 의구심과는 별개로, 지지 기반을 스스로 허무는 정치적 자해와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안타깝다. 한 전 대표는 12·3 비상계엄에 반대하고, 국회 탄핵소추에도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합리적 중도층의 지지를 받아왔다.

장 대표 등 지도부는 윤 어게인 세력과의 협력 등 강경 보수를 중심으로 당을 재구성해 6·3 지방선거에 대비하려는 것 같다. 그러나 장 대표 주장과 주변 인사들 언행을 볼 때, 여당의 절반 수준을 맴도는 지지율 열세를 만회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최소한의 머리가 있다면 조심하는 척이라도 하지 않겠나”(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 “(상임고문단의 우려는) 고문이라는 수식이 민망한 일천한 아집”(박민영 미디어대변인)이라는 등의 언급은 주장의 타당성을 떠나 보수의 품격도 짓밟는 저질 행태다.

이뿐 아니다. 정강정책·당헌당규 개정도 논의 중인데, ‘건국과 산업화’ 등을 더 부각하고, ‘기본적인 삶 보장’ 등 복지 강화 조항은 삭제할 것이라고 한다. 현재의 강령은 2020년 4·15 총선에서 궤멸적 패배를 당한 뒤 당명을 바꾸고(미래통합당→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로 전환한 뒤 지지 기반 확장과 차기 선거 승리 등을 위해 마련된 것이다. ‘조국 근대화 정신’과 ‘민주화운동 정신’ 계승을 담고 있는데, 이승만·박정희 서사를 더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정당은 과거 아닌 미래를 보고 가야 한다. 인공지능(AI)시대가 왔는데, 노선은 반세기 전으로 퇴행 조짐을 보인다. 보수정당 앞날이 더 암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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