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문제는 더 이상 농업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개인의 소비 선택, 기업의 공급 구조, 국가의 정책이 맞물린 복합적인 안보다. 특히 기후위기, 국제 분쟁, 수입 의존 심화라는 불확실성 속에서 식량은 언제든 무기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식량을 ‘값싼 상품’으로만 인식해 온 것은 아닌지 자문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식량안보법’ 제정 논의는 시의적절하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법 제정을 위한 전담팀을 출범시키고, 기존의 자급률 중심 논의를 넘어 새로운 식량안보 개념을 제시하겠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 생산만이 아니라 비축, 유통, 소비, 데이터 기반 관리까지 포괄하는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법 제정 자체가 해답이 될 수는 없다. 실효성 있는 식량안보 대책이 되기 위해서는 국민의 공감과 참여가 함께해야 한다. 국산 농산물 소비를 촉진하는 구조, 농업 데이터 기반의 수급 관리, 위기 시 작동 가능한 비상 대응체계가 구체적으로 설계돼야 한다.

식량안보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먹고 선택하느냐에서 시작된다. 식량안보법이 선언적 법률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식탁과 농업 현장을 실질적으로 연결하는 적극적인 대책으로 완성되기를 기대한다.

이혜성·농협창녕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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